[천경의 미셸 푸코 읽기] 천경 작가기억이 가물가물하다. 그곳은 외할머니댁이다. 나는 텅 빈 골방에, 대낮에 혼자 누워있었다. 누워 천정과 벽 도배지의 알록달록한 도형들을 보고 있으면 도형들은 여러 가지 모양으로 변신한다. 별이 되어 반짝이는가 하면, 나비가 되기도 하고, 건물이나 궁전, 바닷가의 아름다운 집이 되기도 했다. 밝은 핑크와 파랑과 노랑 등이 섞인, 벽지의 문양이 만드는 세계는 이상하고 기이했다. 문양들은 천정에서, 각각의 벽면에서 서로 다른 세계를 계속 만들어 냈다. 외가에는 방이 여러 개 있었는데 방마다 벽지의 문양

[천경 작가]를 쓸 때마다 머뭇거린다. 이 불편함은 어디서 오는 걸까? 푸코의 말기작 에 기반해 ‘자기 배려’를 논하는 것이 왜 어려운 과제로 느껴지는가? 사실 나에게 글쓰기는 즐거운 작업이다. 글을 쓸 때 느끼는 설레고 들뜬 기분을 행복이라고 말할 수 있다면, 나는 글을 쓸 때가 행복하다. 장르가 무엇이든 글을 쓸 때마다 내가 쓰는 글에서 내가 배우고, 성장한다고 느낀다. 글과 삶이 모순되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한 일련의 과정을 통해 나는 조금이지만 변화하고 있다. 때로 글 속의 화자

[천경 작가]엊그제 일 같다. 대학 신입생 시절, 누군가는 나에게 복사꽃 같다고 했고, 누군가는 목련 같다고 띄워주었다. 흰 피부 외에는 평균을 한참 밑도는 이목구비의 소유자인 나, 그러나 빛나는 젊음의 후광 아래 누구나 한 번쯤은 아름다웠다. 그런 시절이 누구에게나 있었다. 그 환한 봄에, 강의실에서 만난 교수님의 말씀이 느닷없었다. “여러분 인생에서 지금이 가장 아름다운 시간이에요. 하지만 이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갑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졸업하고 결혼하고 아기엄마 됩니다”왜 저런 말을 하는 거지? 사십 대로 보이는 여성 교수님

[서울=내외뉴스통신] 천경 작가오래전, 일간지 광고에서 읽은 어느 스님의 고백이 생각난다. “아무리 공부를 해도 마음이 변하지 않아서 깊은 산중에서 한없이 울었다” 100% 정확한 문구는 아니다. 당시는 일간지 광고가 신간 홍보의 거의 유일한 방식이었다. 나는 문화면이나 그 아래 광고를 통해 새 책의 소식을 접하고, 읽을만한 책을 선별했다. 스님의 책도 신문의 하단에, 위 카피와 스님의 사진과 함께 소개됐다. 그 책을 사지 않은 걸 보면 나의 관심과는 거리가 있었던 듯하다. 그러나 위 고백은 아직도 내 안에 남아 있다. 그때나 지금

[천경의 미셸 푸코 읽기] 사람들은 열심히 산다. 요즘은 더 그렇다. 어찌보면 사람들은 갈수록 열심히 산다. 아이들은 피아노학원, 태권도학원, 미술학원, 보습학원 등등을 순례하며 자기계발에 애쓴다. 청소년들은 대학 입학을 위해 청춘의 다수의 충동들을 붙들어 매고 산다. 대학생들은 전공 공부를 하며 스펙을 쌓으며 살아간다. 성인들은 생계를 위해서 일하지만 바쁜 중에도 자신을 돌보는데 열심이다. 능력 개발을 위해 시간과 돈을 투자한다. 각종 운동기구와 미용기구를 사들이며 건강과 아름다움도 돌본다. 자기계발서도 열심히 읽고 직업 분야의

[천경의 미셸 푸코 읽기]배운 놈이 더 나빠! 라는 말을 한 번 쯤 들어보았을 것이다. 배운 놈은 많이 아는 놈이고, 이 많이 아는 놈은 앎을 자신의 욕망과 이익을 위해 이용한다, 한 술 더 떠 타인을 합법적으로 속이고 갈취한다고 우리는 생각한다.아는 놈은 그 방법들을 잘 알고 있는 때문이다. 때문에 억울하면 출세하라고 말한다. 출세하기 위해,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도식이 요즘 깨지고 있는 것 같지만 실은 그렇지도 않다. 그러니 배운 놈 만들기를 위해 부모들이 자식에게 올인하는 것을 무슨 수로 막겠는가? 억울하게 당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