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기가 시작되었다. 학교 교문으로 쏙쏙 들어가는 초등학생들의 옷이 얇아보이기만 한 꽃샘추위에 고생하는 건 학생들 뿐만이 아닌 것 같다. 등굣길에 호루라기를 물고 꼬인 깃발을 펴며 횡단보도 앞에 서있는 주름진 어르신들도 세찬 바람에 고생하는 신학기를 맞이하였다.
지구대 사무실 근무를 필자는 신학기가 되었음을 실감하는 것이 아동지킴이 어르신의 근무일지에서였다. 매일 오후2시에 어김없이 노란조끼를 입고 사무실에서 잠깐 담소하고 1조,2조 편성하여 근무장소인 공원으로 나가 글자그대로 아동을 위험에서 지키는 ‘아동지킴이’ 근무를 하는 어르신들이 자신들의 그날그날의 활동사항을 기재하는 것이다. 지구대장께서는 어르신들께서 근무일지를 쓰는 것은 힘드시므로 굳이 쓰지 않으셔도 됨을 알려드림에도 불구하고 일지 작성은 늘 자필작성을 고집하신다.
며칠 전 큼직큼지막하게 꾹꾹 눌러쓴 글씨의 근무일지를 흥미롭게 읽었다 - ‘14:25경 ○○공원 놀이기구를 위험하게 이용하는 초등학교 2학년 남자5명 지도함’,

-‘16:00경 ○○공원 순찰 중 휠체어 진입불편 불만토로’
-‘ ○○초교 정문 앞 은빛어르신보안관 지킴이와 시니어순찰대 근무자 4명이 모여있기에, 2명씩 짝을 지어 순찰에 임하도록 근무 요령 알려줌’
조용히 인사를 받으시고 조근조근 말씀 나누시던 분들이었는데, 알게 모르게 눈과 귀를 열고 구석구석 다니시는 모습들이 너무나도 눈에 선하다. 안 그래도 어느 날은 황사바람이 거세서 눈뜨기가 겁나는 날도 있고, 어느날은 춥긴 추운데, 햇살은 너무 따갑기만 한 날이 있는데, 근무일지만큼은 늘상 한결같기만 하다. 지구대장은 어르신들께서 근무일지를 쓴다는 것은 힘드므로 굳이 쓰지 않으셔도 됨을 알려드림에도 불구하고 일지 작성은 늘 굴직굴직한 자필글씨인 것이다. 아직 당신들도 할 껀 다 할 수 있다는 당신들의 열의를 말해주는 듯하다.
오늘 경찰관 신분증과 똑같은 문양이 들어간 ‘아동지킴이증’이 나왔다. 지구대장님이 목에 일일이 걸어준 신분증을 다시 한 번 바라보는 어르신들의 눈빛에서 어린 아이들의 호기심어린 눈길이 언뜻 봤다. 필자가 흐뭇해진다. 나이는 들어도 몸만 늙는다는 말을 실감한다. 어르신들이 젊음을 보내고, 이제는 파릇파릇 자라나는 아이들을 지켜주는 황혼기에 있음을 당신들은 믿겨질까.
꽃샘추위가 슬슬 지나고 촉촉한 비가 내린다. 다시오는 따뜻한 이 봄날, 도란도란 짝꿍에게 옛 얘기를 하다가도 삼삼오오 몰려 있는 아이들이나 외진 곳을 예리한 눈빛으로 순찰하시는 분들이 우리 아동지킴이어르신들이다. 몸은 예전의 내 몸같지 않지만 열의만큼은 쌩쌩하게 살아넘치는 모습이다.
현대사회에서 우리가 안전하게 살아가는데 사람들 간의 무관심은 현대사회의 가장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지 않은가. 그런 와중에 주의깊은 관찰자인 어르신들의 눈빛이 범죄예방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여겨진다.
오늘도 묵묵히 공원쪽으로 둘둘 짝을 지어 다리가 아파 휘적휘적 걸어들어가는 어르신들의 뒷모습이 짠하면서도 정들어간다.//

‘금일은 아동안전지킴이 근무를 시작하는 첫 날이므로...’라는 아동지킴이 활동을 뿌듯하게 여기시며 활동하시는 어르신들게 감사함을 느끼며, 우리 아이들의 등학교길숨쉬는 이 공간들이 안전하기만을 바란다.

박성숙

삼산서 부흥지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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