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들에게 더 다가가도록 깊이있는 연주' 시도해

[서울=내외뉴스통신] 임경애 기자 = 봄날 이슬을 머금은 풀잎이 그리 싱그러울까. 부드러운 에메랄드 드레스로 몸을 감싼 그녀는 그저 화사하기만 한 게 아니라 촉촉해 보였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시선이 아니라 귀에 전해지는 연주가 더 강렬했기 때문에.



지난 14일 저녁 서울 금호구에 위치한 '금호아트홀'에서 열린 김윤진 바이올린 독주회는 온전히 베토벤 소나타로 구성된 첫 연주였다.



390석으로 그리 크진 않지만 온통 단풍나무 플로어링으로 이루어진 아트홀은, 풀잎같은 그녀와 잘 어울렸다. 포근하고 따뜻했다.



독주회는 베토벤 바이올린 소타나 중에 가장 먼저 만들어졌다고 여겨지는 베토벤 소나타 2번에서 시작해, 5번과 8번으로 달리며 청중을 흥분시켰다. 특히 2번째 선보인 5번 봄은, 그 부제만큼이나 밝고 포근한 느낌이었다. 베토벤은 대략 6년에 걸쳐 10곡의 바이올린 소나타를 만들었는데 1번에서 4번까지는 3악장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5번은 4악장으로 구성한 첫 작품이다. 소나타 9번인 크로이처와 함께 널리 알려져있는 5번 봄은 피아노와 함께 봄의 향연을 마음껏 펼치는 곡이었다. 아직 우리곁에 남아있는 겨울에게 여유로운 작별 인사를 전하는 듯도 했다. 흥분을 채 가라앉히기도 전에 부드러운 느낌의 8번이 시작됐다.러시아 황제 알렉산더 1세에게 헌정된 3곡의 바이올린 소나타 중 마지막 곡인 이 작품은 3곡의 느낌을 바꾸어 다른 분위기를 준다. 경쾌하고 발랄한 곡이지만 지친 마음을 다독여주는 선율이었다.

그렇게 독주회는 그녀의 본래 색과는 조금은 다르게 시작되었고, 우리는 본래 그녀가 가진 색이 무엇이었는지 기억조차 할 수 없을 만큼 베토벤 소나타에 흠뻑 빠져 끝을 맞이했다. 웅장한 오케스트라가 아니었다. 하지만 우리가 느낀 울림은 오케스트라에 견줄 수조차 없었다. 그녀의 작은 체구, 그 작은 어깨에서 뿜어져 나오는 음악은 놀랍도록 힘이 있었다.

그렇게 감탄을 채 끝내기도 전에 앵콜곡이 두 개 쏟아져 나왔다. '차이코프스키의 멜로디'와 '디니쿠 하이페츠의 호라스타카토' 그 곡들은 다시 시작되는 독주회였다. 우린 그날 두 개의 독주회를 감상했다. 그 곡들이 시작되면서는 아무런 생각도 할 수가 없었다. 학구적인 베토벤의 연주에 취해 잊고 있었던 본래 그녀의 색이 달려들었다. '나는 김윤진이다' '나는 스타카토의 여인이다'라고 뿜어내는 황홀한 빛에 그저 입만 벌리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아름다운 현의 질주는 아트홀을 가득 감싸고도 남았다. 한치의 틈도 허용하지 않고 그렇게 모두를 감싸 안았다. 현 위에서 날아갈 듯 반짝이는 그녀의 작고작은 다섯 손가락을 보며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초등학교 재학 중 독일로 건너가 최연소로 독일 국립음악대학 예비학교에 입학하며 지금에 이르기까지 노력한 땀방울들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눈으로는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물방울이 통통 튀는 느낌의 스타카토 연주에 넋을 놓았다. 오로지 몇가닥의 현 만으로 그녀는 우리에게 그 밤, 진정한 아름다움을 선물했다.

연주가 끝나고 꽃다발을 들고있는 그녀는 그 어느 꽃보다 아름답고 향기로웠다. 무대에서의 그 엄청난 연주가 무색하리만큼 수줍게 웃던 그녀는 "베토벤만 연주해서 어려울거라 생각했는데 관객들의 호응으로 즐거운 무대"였다며 "..뭔가 학구적인 걸 함으로써.. 관객들에게 더 다가가도록 시도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녀가 베토벤 소나타 전곡을 마치게 되면 내년쯤 우리는 다시 예전처럼 비르투오조(virtuoso)적인 테크니컬한 곡으로 그녈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한 해 한 해가 흘러 깊이가 더해지는 그녀의 연주는 더욱 기대해 볼만 하다.

바이올리니스트 김윤진

초등학교 재학 중 동독, Trossingen 국립음악대학 예비학교를 최연소로 입학하였고, 독일 Stuttgart 국립음악대학 및 동대학원 졸업 후 독일 Wuerzburg 국립음악대학 최고연주자 과정을 졸업하였다.독일 Tuebingen 챔버 오케스트라 정식 단원으로 활동하였고 독일 Backnang College of Music 전임강사를 역임하였다.
현재 협성대학교 겸임교수, 구리시교향악단 부악장, 국민대학교, 단국대학교, 선화예고, 덕원예고에 출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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