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외뉴스통신] 오수대 / 국가안보통일연구원 수석연구위원 / 동북아학박사

 

최근 우리 사회에는 북한에 대한 착시현상이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북한의 핵(核), 북한이 주장하는 민족공조, 북한의 체제변화  에 대한 착시현상은 우리의 안보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어서 특히 경계할 필요가 있다. 착시(錯視)란 사물이나 현상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즉 착각이나 착오를 동반하는 잘못된 인식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사회에서 나타나고 있는 북한에 대한 착시현상과 우리의 안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살펴보자.   

 

  첫째, 북한 핵문제에 대한 착시현상이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는 큰 화두였다. 실현 가능성에 일말의 기대감을 갖기도 하였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북한 비핵화란 말이 거의 들리지 않는다. 북한 핵문제에 대한 국민들의 감각이 무뎌지고 경계심이 이완되고 있다. 마치 북한 핵문제가 해결되었거나 우리와는 관계가 없는 일인 것처럼 착시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냉엄하다. 추가 핵실험이 없으니 잠시 잊고 지낼 뿐이지 상황이 바뀐 것은 하나도 없다.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북한의 핵보유는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만약, 한반도에서 북한만 핵을 보유하고 우리는 핵이 없는 상태가 고착된다면 우리의 안보는 북한의 핵 위협에 고스란히 노출될 것이다. 북한 핵에 대한 착시현상을 걷어 내고 냉철하게 직시해야 하는 이유이다.  

 

  둘째, 북한이 주장하는 민족공조에 대한 착시현상이다. 

  지난 2000년 제1차 남북정상회담 공동선언문에 ‘우리민족끼리 서로 힘을 합쳐’라는 문구가 포함된 이후 북한은 줄기차게 ‘우리민족끼리’를 내세우고 있다. 심지어 ‘우리민족끼리’라는 웹사이트까지 운영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우리 사회는 민족공조라는 용어에 점차 익숙해져 가고 있다. 그렇다면 북한이 주장하는 민족공조는 순수하고 진정성이 있는 것일까. 

  북한과 중국은 국경조약 체결(1962년) 이후 양측의 공안기관과 軍이 각각 「의정서」(1964·1986·1998년)와 「합의서」(2004년)를 체결하여 불법 월경자는 현장에서 돌려보내야 하고, 국경경비대원 등에게 생명의 위협을 가하지 않는 한 무기를 사용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북한은 이러한 합의를 준수하고 있거나 최소한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을 것이다. 민족이 다른 중국인 불법 월경자에 대해서는 무기 사용을 엄격하게 금하고 있는 북한이 같은 민족인 우리나라 공무원은 ‘불법 침입’ 등을 구실로 사살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북한이 주장하는 민족공조의 순수성과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그렇다면 북한이 주장하는 민족공조의 실체는 무엇일까. 공산주의자들이 즐겨 사용하는 전술 가운데 ‘통일전선’(統一戰線)이 있다. ‘공산당 세력의 힘만으로 주적을 타도하기 어려울 때 동조세력을 확보, 동맹관계를 형성하여 투쟁하는 전술’(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이다. 그리고 북한 노동당에는 통일전선부가 설치되어 있다. 대남사업을 총괄하는 핵심부서이며, 얼마 전 우리 공무원 피살사건 관련 통지문을 보내온 기관이기도 하다. 북한이 주장하는 민족공조의 실체를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셋째, 북한의 체제변화에 대한 착시현상이다. 

  북한은 1990년대의 경제난을 거치면서 시장의 역할이 크게 확대되었다. 급기야 2003년 ‘종합시장’이라는 이름으로 시장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조치를 취했고, 이후 주민들의 시장 의존은 계속 커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한때는 남북 교류협력이 활성화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소식과 현상들을 접하면서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북한의 체제가 변하고 있다는 착시현상에 빠져들고 있다. 

  공무원 피살사건이 발생했을 때 이구동성으로 공분하던 사회 분위기가 북한의 통지문이 공개된 이후 갑자기 급변하였다. 북한의 변화를 언급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하고 국론은 분열되었다. 북한의 체제가 변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착시현상 때문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북한의 체제는 정말 변하고 있는가. 팩트를 근거로 살펴보자. 북한은 1972년 사회주의헌법을 채택한 후, 2019년 8월까지 9차례 개정을 했다. 1972년 헌법과 2019년 개정 헌법을 비교해 보면 체제 관련 핵심조항은 전혀 변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정치체제는 ‘인민민주주의독재(72년 헌법은 프롤레타리아독재)의 사회주의국가’이고, 경제체제는 ‘생산수단을 국가와 사회협동단체(72년 헌법은 협동단체)가 소유하는 계획경제’이다. 즉 북한의 체제는 ‘사회주의 계획경제’이며, 이는 1972년 이후 48년이 지났지만 조금도 변함이 없는 것이다. 

 

  북한에 대한 착시현상은 많은 위험성을 수반하고 있다. 북한 핵에 대한 착시는 안보를 위태롭게 하고, 민족공조에 대한 착시는 북한의 통일전선전술에 말려들 가능성이 우려되며, 북한의 체제변화에 대한 착시는 대북전략의 혼선과 우리 내부의 갈등을 촉발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우리는 개개인의 경험과 관점에 따라 북한에 대해 다양한 시각을 갖고 있다. 자유민주주의체제에서는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북한의 핵문제와 민족공조, 체제변화 등 안보와 직결되는 사안을 직시하지 못하고 착시하는 현상이다. 지금 북한 문제는 미국의 대선 및 미·중 갈등이라는 해외 요인과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와 우리 공무원 피살이라는 국내 요인이 겹치면서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북한에 대한 착시현상을 걷어 내고 제대로 직시하여 안보이익이 침해되지 않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 굳건한 안보야말로 자유민주주의체제를 지킬 수 있는 마지막 보루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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