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외뉴스통신] 서월선 기자

아이를 키우면서 늘 들었던 생각은 내가 너무 준비 없이 엄마가 되었구나 하는 반성과 죄책감이었다. 아이를 키우면서 부모교육도 받고 발달심리학도 공부하면서 이럴 땐 이렇게 해야지 나름의 해답을 준비해놨지만 아이는 늘 이론 밖의 질문과 행동으로 초보엄마를 우왕좌왕하게 했다. 아이가 아플 때, 낯가릴 때, 사춘기 때...... 그 어느 순간 힘들지 않은 때는 없었지만 못지않게 갈등하고 힘들었던 건 이 사교육 전쟁에서 어느 정도의 선을 유지해야 아이의 자율성도 해치지 않으면서 아이의 성적도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거였다. 아마 많은 엄마들의 고민이리라...

자식을 얼마만큼 키워야 다 키웠다라고 말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대학이라는 관문을 넘고 나니 아이가 하나뿐이라 영원히 초보엄마딱지를 떼지 못할 나한테도 ‘애는 어떻게 키워야 돼요?’라고 물어오는 엄마들이 늘기 시작한다.

그럴 때마다 내가 하는 말은 ‘엄마가 자신을 잘 아는 게 가장 중요한 거 같아요.’라고 답해준다.

테스 오빠의 ‘너 자신을 알라’는 화두를 던진 셈인가?

‘아유~ 요즘 세상에 공부가 뭐가 중요해요? 저 하고 싶은 거 하고 행복한 게 중요하지’

요즘 이렇게 말하는 학부모들이 많아졌다. 하지만 이런 생각을 실천으로 옮기는 엄마는 거의 보지 못했다.

말로는 공부가 중요하지 않다면서 수성구 학원가를 배회하며 피곤해하는 아이를 이 학원, 저 선생님한테로 실어 나르는 이중적 행태, 몇 년전 내 모습이었다.

밤 10시, 수성구 학원가는 아이가 마치고 나오기만을 기다리는 부모들의 차로 불야성을 이룬다. 나 역시 퇴근 후 피곤한 몸으로 주차할 곳을 찾지 못해 아이가 나올 때까지 뱅뱅 돌면서 문득 스스로한테 물었다. 내가 아이한테 바라는 건 뭘까? 정말 공부 못해도 될까? 나는 앞으로 몇 년동안 이 짓을 계속 할 수 있을까? 속된 말로 현타가 왔다.

솔직히 아이가 공부를 잘하면 좋겠다는 욕심은 있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엄마의 정보력이 필수라는데 그럴만큼 나는 아이 교육에 열정적이고 부지런한 지 자문했다. 절대 아니다. 나는 자신 없었고 시골출신이라 대구의 교육열이 무섭기까지 했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엄마와 아이가 합을 맞춰 뛰어야 하는 이 이인삼각 달리기를 멈춰야 했다. 그래서 멈췄다. 아이한테 말했다. 이 시간에 학원 다니는 일은 그만하자고. 생각대로 아이는 흔쾌히 오케이! 쌩큐!

물론 그 동안에도 수없는 시행착오로 시간도 많이 낭비하고 헛돈도 썼지만 앞서는 마음을 다잡게 만든 건 늘 같은 질문이었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교육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만한 사람인가? 나는 아이가 어떻게 살기를 바라는 엄마인가? 그걸 제대로 실천할 수 있을만큼 의지가 있나? 하루에도 열두번씩 나를 다잡으며 몇 년을 보낸 것 같다.

어마무시한 공부량만큼 아이를 힘들게 하는 건 부모의 이중메시지다. 말로는 공부 못해도 된다고 하지만 눈빛과 행동은 공부 못하면 실망하고 책망하는 이중메시지는 부모가 일부러 그러는 게 아니라 부모 자신의 욕망과 한계를 몰라서 나오는 경우가 많다.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갈피를 못 잡고 있는 부모도 있을테고 나를 들여다 볼 시간도 없이 남들이 뛰니 불안한 마음에 덩달아 뛰는 사람도 있다. 그러다 중간에 깨달으면 다행이지만 잘못하면 교육비 때문에 빚까지 져 가면서 아이도 부모도 집안형편도 피폐해지는 경우도 종종 본다.

과유불급이라고 너무 많은 것을 쏟아부으면 본전 생각 때문에 자신의 욕구를 제대로 살펴보기 힘들다.

제대로 교육하려면 부모 자신보다 자식을 올바로 파악하는 게 중요하지 않냐고?

물론이다.

하지만 모든 각성과 변화의 시작은 나로부터 시작된다.

자신의 욕구와 한계를 분명하게 알 만큼 자기성찰이 잘 된 부모는 내 자식의 욕구와 한계도 분명하게 볼 수 있기 때문에 무리한 기대나 요구는 하지 않는다.

여느 해보다 늦은 대입수학능력시험이 끝나고 나니 수험생이 있는 집에서는 흡족해하는 말보다 아쉬워하는 말이 더 많이 쏟아진다.

못 치면 못 쳐서 잘 치면 더 잘 치지 못해서 아쉬운 게 시험이지만 부모의 한숨소리가 자식의 한숨소리보다 높지 않기를 바란다.

부족한 결과가 가장 아쉬운 사람은 부모가 아니라 자신이어야 된다는 걸 부모도 자식도 알아야 각자 갈 길에 대한 진정한 고민이 시작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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