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월요일
[내외뉴스통신] 서월선 기자 소의 해, 신축년이 밝았다.
우리 민족과 친숙한 동물인 소는 수많은 작가의 여러 예술작품에 여러 역할로 두루 등장했지만 소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은 이중섭이다.
이중섭은 소 그림을 유난히 많이 그린 화가로 유명하다.
현재 남아있는 소 그림만해도 25점이나 된다고 한다.
올해는 하얀 소의 해라고 하는데 이중섭의 흰소 그림은 그의 3대 소 그림 중 하나로 꼽힐 만큼 유명하다.
캔버스와 물감 살 돈이 없어 담배갑 은박지에 연필이나 못으로 그림을 그렸던 이중섭이 합판에 그린 흰 소는 언뜻 보면 당장이라도 화면을 뚫고 나올 만큼 기운차고 역동적으로 보이지만 한참 들여다보면 분노와 고통을 참는 듯한 격렬함이 느껴진다.
1955년 대구에 잠시 머물던 이중섭에게 당시 미국 문화원장이었던 맥타카트가 “당신의 황소 그림은 스페인의 투우처럼 무섭다‘고 평하자 이중섭이 ’내가 그린 소는 싸우는 소가 아니라 착하고 고생하는 소’라고 말하며 엉엉 울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이중섭의 소는 가난과 환경 때문에 자신의 재능을 맘껏 펼치지 못하고 가족조차 편히 만나지 못했던 그 자신이자 그와 비슷한 삶을 살았던 우리 민족 자체였던 듯하다.
버릴 게 하품밖에 없다는 소는 우리 민족에게 각별한 동물이다.
농경사회에서 힘든 일을 대신해 준 믿음직한 동료이자 부의 상징이었으며 자식교육의 밑천이었다. 대학을 우골탑이라고 한 이유다.
하긴 서양에서도 소는 큰 자산이었나 보다.
영어로 소를 뜻하는 ‘cattle’이 자본을 뜻하는 ‘capital’과 같은 어원에서 나온 걸 보면 말이다.
그러나 소가 자주 우리 민족에 비유되는 건 그의 재산적 가치가 아니라 성격적 특성 때문이다.
성실함과 우직함의 상징인 소는 웬만한 일이 아니면 소리를 내는 법이 없다.
울어도 경망스럽거나 요란하지 않고 점잖다.
옛날 양반들은 뛰지 않았다고 하던데 양반들이 죄다 소로 환생하는 건 지 소의 발걸음은 뼈대 깊은 양반 못지 않게 무겁고 진중하다.
우리, 원래도 소처럼 우직했지만 올해는 더 그렇게 살아야 될 것 같다.
백신이 나왔으니 지난해만큼 불안하고 막막하지는 않겠으나 코로나 19로 인한 불황의 여파는 꽤 길지 않을까 싶다.
생각보다 긴 돌밭길을 걸어야 될 것 같지만 꾀 피우지 않고 주저앉지도 말고 제 갈 길을 뚜벅뚜벅 가다 보면 언젠가 탁 트인 들판이 보이지 않을까? 돌밭만 계속 되는 길은 없으니......
그 때 묵직하고 긴 울음 한번으로 그동안 쌓인 피로를 토해내면 그만이다.
소처럼......
소란 그런 동물이다.

방송작가 26년차
현) TBN 대구교통방송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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