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갑원 교수. 사진=nbnDB
강갑원 교수. 사진=nbnDB

[내외뉴스통신] 강갑원 대진대 명예교수

전국 중·고등학교는 학생들의 모든 교과 성적을 산출할 때 교육부 훈령과 시·도교육청의 지침에 따라 지필평가와 수행평가 점수를 합산하여 처리하고 있다. 

각 학교는 수행평가 결과를 교과 성적의 40%를 반영하도록 하는 학업성적관리규정을 마련해 놓고 있다.

수행평가는 이미 실효성은 없고 학생과 교사에게 부담만 주고 부작용만 있다는 것이 대부분의 학생과 교사들은 공감하고 있다. 

수행평가는 학생이 학습하는 과정이나 행동을 직접 관찰한 것에 근거하여 평가하는 형태이다. 음악, 미술, 체육 교과의 실기 평가가 수행평가의 대표적 형태이다. 국어나 영어 과목도 말하기, 듣기, 쓰기(짖기) 능력은 부분적으로 수행평가라 할 수 있다.  

수행평가 40% 반영의 근거는 공식 법령에는 없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과 초·중등교육법 시행규칙(제 25조)에는 각각 교육부장관이 학생의 학업성취도에 관한 사항과 학교생활기록부 작성·관리에 필요한 사항을 정하도록만 규정하고 있다. 

이 법에 근거하여 교육부 훈령(제15조: 2021년 기준)으로 학교생활기록부 작성 및 관리 지침이 마련되었고, 이 훈령에 수행평가라는 용어가 등장한다. 

이 조항 별표 9에 “교과학습 평가는 지필평가와 수행평가로 구분하여 실시한다”라고 되어 있다. 지필평가와 수행평가를 해야 한다는 근거는 바로 교육부 훈령이다. 이 조항에 따라 각 시도교육감은 학업성적 관리 지침을 마련한다. 

서울특별시교육청의 고등학교 학업성적관리시행지침에도 역시 지필평가와 수행평가를 구분하여 실시하되, 그 횟수와 반영 비율은 학교장이 정하도록 하고 있다. 이 지침에 따라 각 학교는 학업성적관리규정을 제정하여 운용하고 있다. 

놀라운 일은 유독 각 학교 학업성적관리규정에 공통적으로 수행평가 반영 비율 40%가 등장한다는 점이다. 전라북도 L시 M고등학교의 학업성적관리규정에 40% 비율이 등장하는데, 이 학교는 그 근거로 2008년 [교육과학기술부 주요업무에서 수행평가관리 등 평가 방법 개선], [2010년 교육과학기술부의 창의 인성 교육을 위한 평가개선 연수], [2012년 학교 교육과 서술형 평가 문항 출제 내용 알림]을 제시하였다. 

이것으로 미루어 볼 때 각 학교가 교육부의 행정 지시나 권장 사항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중·고등학교 수행평가 체제를 폐지해야 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교육부 훈령이나 시·도교육감의 지침에도 등장하지 않는 수행평가 반영 비율 40%는 각 학교장이 스스로 정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교육부의 행정적 지시나 권장에 따른 것이라면 초법적 권한 남용이다.

△둘째, 교사나 학생이나 현실적으로 모든 교과에 대하여 수행평가를 할 시간이 없다. 수행평가의 가장 큰 단점 중의 하나는 수행평가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점이다.

학급당 학생 수를 25명씩, 4개 반에 대하여 1개 학기에 한 차례 한다면 학생수가 100명이 되고, 평가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하여 두 차례 한다면 200명이 된다. 제대로 된 수행평가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의미이다. 

1학기 3월 한 달은 대부분의 학교가 각종 행사로 바쁘고 수업진도도 많이 나가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수행평가를 할 만한 것이 없다. 4월 중순이 되면 중간고사 준비에 들어간다. 중간고사와 기말고사의 출제, 시험 기간, 성적처리 완료까지 보통 3주가 소요된다. 이 기간에는 학교가 바쁘기 때문에 수행평가를 할 겨를이 없다.

시험 기간만 고려하면 1,2 학기 각각 4주 내지 5주 정도 기간에서만 수행평가를 할 수 있다. 그런데 2학기는 학교 행사가 많아 이 기간마저도 확실치 않다.

고등학교 3학년의 경우에는 9월부터 학생들이 수시모집에 들어가기 때문에 수행평가는 사실 거의 불가능하다. 더구나 현재는 과제형 수행평가를 못하도록 지시가 내려져 있는 상태이다. 수업 안 하고 수행평가만 해도 시간이 모자랄 판에 수업 중에 수행평가를 하라니 될 법한 일인가?

△셋째, 지필평가보다 수행평가가 적합한 과목이나 학습 과제가 있다. 이를 무시하고 모든 교과에 일률적으로 수행평가를 하라는 것 자체는 논리적 타당성이 없다.

△넷째, 평가는 수업과 밀접한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교육 활동이다. 평가를 어떻게 하라고 제도적으로 규정한다는 것은 마치 교사에게 이런저런 식으로 가르치라고 규정하는 것과 다름없다.

평가는 일종의 수업 활동의 일부분이다. 반드시 성적에 반영하는 평가만 좋은 것은 아니다. 수행평가는 지필평가의 단점을 보완하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수행평가는 수업 목적으로 실시하는 것이 오히려 바람직하다. 성적에 반영하지 않으면 모든 학생에게 실시하지 않아도 된다. 각 성취 수준을 대표할 수 있는 표본 학생에게 실시하고 나머지 학생과 피드백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해도 효과를 볼 수 있다.

의무적으로 졸속 수행평가 결과를 교과평가의 40%를 반영하는 것은 객관성이 비교적 높은 지필 평가의 비중을 무력하게 만들 위험성이 있다.  

△다섯째, 수행평가는 채점의 객관성과 공정성이 극히 낮다. 이 때문에 교과 내신성적이 중요한 학생에게는 널뛰기 점수가 나올 가능성이 있는 수행평가는 늘 공포의 대상이다.

어느 한 과목의 수행평가 점수가 나락으로 떨어지면 전 과목 등급 석차가 확 바뀔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느 교사가 얼마나 소신 있게 수행평가를 할 수 있겠는가?  

결론적으로 교육훈령 제15조 교과학습평가는 지필평가와 수행평가를 구분하여 실시하여야 한다는 조항을 폐지하여야 한다. 이 조항이 폐지되기 전까지는 각 학교장은 즉각 자신이 근무하는 학교의 학업성적관리규정에서 수행평가 40% 반영이라는 조항을 폐지하여야 한다.

결코 불법이 아니다. 이제는 수행평가를 교사의 수업 기술의 하나로 환원시켜 교과와 교사의 수업 방식과 특성에 필요한 과제에 자유롭게 적용하도록 하여 수업이 더 편안하고 즐거울 수 있게 하고 학생들과 교사에게 수행평가의 압박에서 벗어나도록 해 주어야 한다.  

[강갑원 교수]
중앙대학교 대학원 교육학 박사(교육심리학)
대진대학교 교육대학원장(역)
대진대학교 국제교류협력대학장(하얼빈 캠퍼스)(역)
대진대학교 교원연수원장(역)
한국영재교육학회장(역)
대진대학교 명예교수(현)

kangkab@daeji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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