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의 자학, “비천한 집안 출신이라…”(2021년12월20일)

김홍묵 칼럼니스트
김홍묵 칼럼니스트

[내외뉴스통신] 김홍묵 칼럼니스트

“천학비재(淺學菲才)한 소직(小職)이 대명을 받은 지 4개월이 지났으나 큰 성과를 올리지 못해…(중략) “비록 둔마(鈍馬)이지만 충성을 다하겠사오니 더욱 변함없이 채찍으로 계도해 주시기를 복망(伏望)합니다.”

1975년 초 유기춘 문교부 장관이 박정희 대통령의 연두순시 때 업무보고에 앞서 한 말입니다. 이 아당(阿黨) 발언으로 그는 ‘둔마장관’이라는 별호를 얻었습니다.

부산대 명예법학박사, 전남대 총장 등의 전력으로 보아 불학무식한 둔재는 아닌 것 같은데, 그런 아부가 튀어나온 것은 저자세 처세술이 몸에 밴 탓이 아닐까 싶습니다. 2007년 이맘때 안희정 참여정부평가포럼 상임위원장이 대선 패배 후 내뱉은 폭탄고백은 충격파가 더 컸습니다.

-“다산(茶山; 정약용)선생이 유배지에서 말했듯이, 친노(親盧)라고 표현되어 온 우리는 폐족(廢族)이다”라고.

폐족이란 ‘조상이 몹쓸 죄를 지어서 그 자손이 벼슬을 할 수 없게 됨, 또는 그런 족속’을 말합니다.

# 면후심흑(面厚心黑)·자학은 다른 재앙 초래

스스로 나락(奈落)에 몸을 던진 그는 “민주개혁세력이라 칭해져 왔던 우리는 새로운 정치, 대북정책, 복지정책, 지역 균형발전, 노동정책, 부동산, 교육, 의료… 모든 분야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했으나 국민과 우리 세력 다수의 합의와 지지를 얻는데 실패했다”고 자인하면서도 “성난 사자우리에 떨어져서 그 울부짖음을 잠재울 수만 있다면 기꺼이 사자우리에 뛰어 들겠다”는 결기를 보였습니다.

그 기세로 안희정은 선출직 충남지사로 권토중래하여 패권을 다투기까지 했으나 ‘아랫도리’가 허방에 빠져 영어(囹圄)의 신세가 되고 말았습니다.

그 기억이 식기도 전에 대권을 꿈꾸는 이재명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지난 4일 가당찮은 가족사를 털어놓았습니다.

-“제 출신이 비천한 집안이라 뒤지면 더러운 게 많이 나온다. 비천함은 제 잘못이 아니니까 저를 탓하지 말아 달라”고.

바로 그 고백이 있은 1주일 뒤 이 후보는 경주의 조상(경주이씨)을 모신 사당에서 대례복을 입고 대선 후보가 되었음을 고하는 큰절을 하고 일어서다 뒤로 넘어지는 봉변을 당했습니다. ‘잘못 되면 조상 탓, 잘 되면 내 탓’으로 돌릴 것인지 궁금합니다.

삼강오륜(三綱五倫)의 기틀을 세운 공자는 부모 야합(野合)의 소생이었지만 한 번도 부모를 탓하지 않고 효(孝) 예(禮)의 도리를 강조했습니다. 후예들 중에는 밥상에 고기가 없는 재상, 평생을 소찬으로 때운 청백리, 머리카락을 잘라 부모를 공양한 자식들도 수두룩합니다.

# 마음이 가난하면 올곧은 족적 남기지 못해

또 한 사람의 이재명(1987~1910) 지사(志士)가 떠오릅니다. 평북 선천 출신인 그는 집안이 한미(寒微)하여 1904년 이주 노동자 1세대로 미국에 갔습니다. 도산 안창호와 함께 국권회복 의지를 불태우다 을사늑약(乙巳勒約; 1905년 일본이 한국의 외교권을 강제로 빼앗은 조약) 소식을 듣고 1907년 귀국했습니다.

1909년 2월 초대 조선통감 이토 히로부미가 서북순행 길의순종과 함께 평양에 온다는 정보를 알아낸 이 지사는 이토를 저격하려 했으나 도산의 만류로 거사 계획을 거두었습니다. 이토는 그해 10월 안중근 의사에 의해 죽임을 당했습니다.

이 지사는 같은 해 12월 22일 을사오적 이완용이 명동성당의 벨기에 왕 레오폴드2세 추도식에 참석한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군밤장수로 변장한 채 기다렸습니다. 11시 30분 그는 인력거를 타고 지나가는 이완용의 허리·어깨 등 세 군데를 칼로 찔렀으나 이완용은 살아나고 이재명은 이듬해 9월 서대문형무소에서 교수형으로 생을 마쳤습니다.

순국 직전 “나는 죽어 수십만 명의 이재명으로 환생하여 기어이 일본을 망하게 하고 말겠다”는 최후진술을 남긴 채….

-“가난하게 태어난 것은 당신의 잘못이 아니지만, 가난하게 죽는 것은 당신의 잘못이다.“(빌 게이츠)

게이츠의 잠언은 출신성분이나 물질적 빈곤보다 마음이 푸근하고 올곧아야 함을 알려주는 메시지입니다.

[김홍묵 촌철]
경북고-서울대 사회학과 졸업
前한국일보-동아일보 기자
前대구방송 서울지사장
現자유칼럼그룹 공동대표
現내외뉴스통신 객원칼럼니스트
bamboo99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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