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봉한 국가안보통일연구원 연구위원
윤봉한 국가안보통일연구원 연구위원

[내외뉴스통신] 윤봉한 국가안보통일연구원 연구위원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2개월 남짓 남겨둔 시점에서 북한의 사이버 활동이 ‘여명의 어두운 그림자’처럼 천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북한이 유리한 후보를 지원할 목적으로 신문·방송과 인터넷 선전매체를 두루 동원하며 가짜 뉴스를 쏟아내고 공개 지령을 하달해 왔던 종전 행태와 사뭇 다른 현상이다. 

국내 주요 선거때 마다 특정후보를 지원하고 대남선동을 일삼았던 대남 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와 ‘반제민전’ 사이트도 이상하리 만치 조용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국내 웹사이트와 소셜미디어 공간에서는 특정 후보를 일방적으로 비방하고 왜곡하는 허위뉴스, 가짜뉴스, 조작 뉴스가 넘쳐나고 있다. 왜 그럴까? 

북한의 선거개입은 시기별로 좌우합작(1940-50년대)-지하당공작(1960-70년대)-종북전선체(1980-90년대)-남북교류공간(2000년초)-사이버공작(2010년대 이후)으로 진화해 왔다. 최근에는 고도화된 국내 사이버 기반을 이용하는 행태로 변화를 보이고 있다. 

북한이 동원하는 최신 기법으로는 북한 해커가 절취(해킹)한 내국인의 로그인 정보로 국내 사이트에 직접 접속하는 방법과 셀럽(인플루언서)을 공격하거나 종북·친북성향 세력에게 직접 하달하는 간접적 방법으로 나눌 수 있다. 전자는 북한 해커가 해외(주로 중국)에서 직접 국내 사이트에 접속한 후 선전선동 문건이나 허위뉴스를 유포하는 방식이며, 이를 ‘크레덴셜 공격(Credential Attack)’이라고 한다. 반면 후자는 국내 종북(우호) 세력이나 셀럽을 숙주로 해서 각종 허위뉴스와 대선활동 지침을 유포하는 경우로 ‘스피어피싱(Spear Phishing)’공격형태로 볼 수 있다. 

여기에 국내 종북세력이 사이버숙주 역할을 하며 북한의 사이버활동은 지원해 주고 있다. 주로 북한 추종 단체와 소셜미디어에서 활동하는 일부 셀럽(인플루언서)들이 사이버숙주가 되는 것이다. 

이들이 북한(중국)-종북(우호)세력-SNS로 연결되는 사이버 생태환경을 장악하고 가짜뉴스, 허위정보를 확산시키거나 북한의 공작지침을 전달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이와 같은 새로운 공격기법은 2021년 9월 독일 총선 시기에 러시아가 독일 내 ‘대필작가그룹’이란 단체를 동원해서 선거에 개입했던 형태와 정확히 동일한 기법이다.  

다가오는 대선시기에 북한이 어떤 형태로든 선거에 개입하고 나설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또한 선거 일자가 다가올수록 개입의 방식을 노골화하면서 빈도를 증가시켜 나갈 것이다. 북한이 ‘전한반도의 공산화’라는 전략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전제요건인 ‘남한 내부에 혁명의 주·객관적 환경’을 조성하는 수단으로서 선거 개입만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1990년대 초 동구 공산권이 연쇄적으로 붕괴되면서 북한의 체제보전에 대한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국내에서 민주화와 시민권리 의식이 상향되고 사회분열 현상이 심화된 환경은 북한이 본격적으로 우리 선거에 개입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었다. 남한에 친북우호 정권을 탄생시켜서 체제붕괴의 위험성을 줄이고 정치·경제적 이익까지 확보할 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는 자유민주주의 남한 체제를 무너뜨리고 공산통일을 완수하는 기틀형성을 노릴 수도 있다. 사이버공간은 이러한 북한의 대남 개입활동을 훨씬 용이하게 만들었다. 

2003년 ‘우리민족끼리’라는 대남선전 사이트가 개설되면서 사이버공간은 전통적인 비밀지령 방식이 가지는 시·공간 제약과 높은 노출가능성을 피하여 보안성과 적시성, 편의성이 있는 효율적 기반으로 각광을 받게 되었다. 최근에는 페이스북, 트위터, 링크드인, 인스타그램과 같은 소셜미디어가 정보 확산과 공유를 주도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 북한이나 종북세력이 이들 소셜미디어 상에서 당국의 집중적인 견제를 피하면서 다양한 사이버활동을 할 수가 있고, SNS에 허위정보나 가짜뉴스를 유포하여 여론 방향을 오도하는 것이 가능해 진 것이다.

이와같이 한 국가의 장래를 결정짓는 선거에 외부세력이 개입하는 것은 명백한 국가안보 문제를 야기할 뿐 아니라, 민주적이고 공정한 여론의 형성을 왜곡시켜서 민의와 동떨어진 선거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민주주의의 본질적 가치인 선거제도의 의미를 훼손하여 정부에 대한 신뢰성과 정통성에 타격을 입히고, 사회적으로 갈등과 분열을 불러오게 된다. 

사이버 선거개입이 민주주의 위기를 불러오는 안보담론으로 승화되면서 세계 주요 국가들은 다양한 정책과 법제를 도입하는 등 해결방안에 골몰하고 있다. 미국은 허위정보와 선전선동 게시물 색출을 전담하는 조직으로 국무부에  글로벌감시센터(Global Engagement Center)를 설립하고, '사법보상제도(Rewards for Justice, RFJ)를 도입하였다. 

호주는 2021년 5월 총선 시기에 페이스북 협조를 받아 외국인들의 접속을 차단하는 강경책을 시행하였다. 독일, 프랑스, 캐나다, 이스라엘 등은 국가정보기관 중심으로 허위뉴스와 선동기사 색출 및 댓글부대 근절을 위한 팩트 체크 서비스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보안전문가들은 북한의 사이버역량이 미국, 중국, 러시아에 거의 버금하는 수준으로 판단하고 있다. 북한의 사이버공격이 인명피해만 발생시키지 않을 뿐 사실상 미사일공격에 버금하는 피해를 줄 수 있다고도 한다. 우리 정부가외세의 사이버공격에 대해 대응활동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2019년 4월 국가 핵심 인프라 안전성 제고와 사이버공격 대응역량 고도화를 내용으로 ‘국가사이버안보전략’을 수립하였고, 2021년 5월 서울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사이버공격 대응과 협력증진을 위한 ‘한-미 사이버워킹그룹’을 구성을 합의 하였다. 하지만 이들 전략이나 정책이 효과적으로 실행되고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은 가시지 않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 대한 사이버침해의 대부분이 북한에 의해 자행되고 있는 현실에서 강력한 대북 억제방안이 마련되어야 함에도, 아직까지 뚜렷한 대북견제는 나오지 않고 있다. 더구나 국민여론에 아랑곳하지 않고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에 매진하는 현 정권은 설사 북한의 불법 선거개입 행위가 나타나더라도 이를 단죄, 보복하고 나서지는 않을 것 같다. 국내 종북세력도 개입사실에 대한 뚜렷한 증거를 요구하며 오히려 북한을 옹호하고 두둔하거나 내부 분열을 조장하고 나설 것이다. 더구나 북한은 다가오는 대선에서 친북정권 재창출하는 것이 가장 우선시되는 대남과업이 될 가능성이 크다. 

국제사회의 강력한 경제제재와 연속된 자연재해, 그리고 코로나로 인한 장기 국경폐쇄로 정상적인 국가운영이 어려운 상태에 빠진 북한이 정치·경제적 지원을 보장받기 위해 남한의 정권 재창출에 개입할 것이라는 것은 불문가지(不問可知)로 본다. 북한이 다양한 의혹과 유언비어와 대남 지침을 던져만 주면 국내 숙주들이 알아서 유포해 주는 쉬운 게임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북한이 특정후보를 지원하는 대선개입은 상대 후보가 일방적으로 불리한 비대칭적인 선거 판도를 만들기 위한 것이다. 

이 상황을 타개하려면 정부가 강력한 대북경고를 발령하고 효과적인 대북 사이버억제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 이와 동시에 주요 국가들처럼 선거기간 동안 의심시 되는 해외 IP의 국내 접속차단, 선별적 위험 컨텐츠 추출, 국내 종북세력의 연계활동 견제 및 불법유포 금지 등 방안도 시행해야 한다. 공정한 선거는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확보하고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를 지키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수단이다. 

북한이 우리의 장래를 결정하는 선거에 불법 개입하도록 방기해서는 안 될 일이다. 정부는 북한의 사이버공간을 이용한 대선개입을 철저히 차단해서 공정한 선거가 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윤봉한 교수]
국가안보통일연구원 수석연구위원 
동국대학교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겸임교수
한국정보학회 이사 
한국사이버포렌식전문가협회 부회장
한국자금세탁방지학회 부회장

 

 

 

[윤봉한 교수]
국가안보통일연구원 수석연구위원 
동국대학교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겸임교수
한국정보학회 이사 
한국사이버포렌식전문가협회 부회장
한국자금세탁방지학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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