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묵 칼럼니스트
김홍묵 칼럼니스트

[내외뉴스통신] 김홍묵 칼럼니스트

(장의) “부인, 내 혀가 아직 붙어 있는지 봐 주시오.”

(아내) “아직은 그대로 있네요.”

(장의) “그러면 됐소. 이제 안심이오.”

전국시대 유세가(遊說家)로 이름을 드날린 장의(張儀 ?~기원전309)가 벼슬길에 오르기 전, 초(楚)나라 재상 집 연회에 갔다가 벽옥(碧玉)을 훔친 도둑으로 몰려 반죽음이 되도록 매를 맞고 가까스로 집으로 실려 갔습니다.

“당신이 글을 읽고 유세하지 않았던들, 어찌 이런 욕된 일을 당하겠습니까?”하고 걱정하는 아내에게 그가 건넨 말입니다. 견아설(見我舌) 고사입니다.

합종책(合從策)으로 연(燕) 제(齊) 초(楚) 한(韓) 위(魏) 조(趙) 여섯 나라의 재상이 된 소진(蘇秦 생몰 미상)에 대응해, 연횡책(連橫策)으로 진(秦)의 재상에 오른 장의. 두 세객(說客)의 가장 큰 무기는 세치 혓바닥이었습니다.

저마다 천하제패를 노리는 군왕과 벼슬아치들을 설득하여 부국강병과 영토 확장 방안을 진언해 고관대작에 올랐으나 두 사람의 말로는 비참했습니다. 소진은 15년의 중원 평화를 이루었으나 조국 제나라에서 반간죄(反間罪)로 거열형을 당했고, 장의도 말년에 진에서 밀려나 비참하게 생을 마쳤습니다.

사마천(司馬遷)은 두 사람 모두 ‘진정 위험한 인물’이라고 평가했습니다.

# 혓바닥으로 짓는 죄가 더 무섭다

구업(口業)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초기 불교경전에서부터 전해오는 삼업(三業-身業; 몸으로 짓는 죄, 意業; 마음으로 짓는 죄)의 하나인 口業은 입으로 짓는 죄를 일컫습니다. ▴입으로 남을 속이고 ▴험한 말로 남의 속을 뒤집어놓으며 ▴사람을 이간질하여 화평을 깨뜨리고 ▴앞에서는 칭찬하고 돌아서면 험담하는 짓거리입니다. 입을 함부로 놀리면 죄를 짓기 십상이라는 경종입니다.

코로나 역질 팬데믹을 막겠다는 K방역으로 전 국민의 발을 묶어 놓고 입을 틀어막아 놓았는데도, 대선 유세판에는 말의 유희가 더 기승을 부립니다.

부인 전담 5급 공무원과 7급 심부름꾼을 두고 공금으로 음식물, 약 처방 대행 등을 시켜온 이재명 민주당 대통령 후보 측은 궁색한 변명을 했습니다.

“사안 자체는 잘못이지만 이 후보 부부가 직접 지시한 적은 없다”고.

이 후보는 지난달 13일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무속 논란’을 두고 “궁예(후고구려 건국자)의 지배로 돌아가는 거냐”고 공박하고, 윤 후보의 ‘5년짜리 선출 권력’ 발언에는 “어떻게 감히 ‘검사 나부랭이’가 그런 말을 할 수 있느냐”고 맹공을 퍼부었습니다. 이번 선거전에서 네거티브 공격을 중단하겠다고 스스로 선언한 지 20일 만입니다.

# 말로 이룬 출세는 허업(虛業)일 뿐

김성주 민주당 의원(보건복지위 간사)이 “여당 후보를 찍을 수 있도록 코로나를 잘 관리해 달라”고 지난달 7일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에게 요청했습니다.

김원웅 전 광복회장은 공금횡령 등 혐의로 제명 직전에 사퇴하면서 “사람을 볼 줄 몰라~~이런 불상사가 생겼다”고 자신의 수족에게 화살을 돌렸습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이권을 나눠먹은 카르텔, 기득권 세력을 박살내겠다”며 “정권 전체가 공범”이라고 격하게 몰아붙였습니다. 민주당의 전현직 의원들은 “막가파”(윤호중) “”미친 사람“(최재성) ”깡패“(최강욱)라며 윤 후보를 성토했습니다.

상대방의 흠집은 교묘한 논리로 침소봉대하고, 자신의 허물은 남의 탓으로 돌리는가 하면, 가시 돋친 막말로 자기 존재를 과시하려는 정치판의 언어유희로는 백년대계는커녕 오년소계도 만들어내지 못합니다. 국민 공감대를 형성하기 보다는 국민을 분열시키고 바보로 만드는 지름길입니다.

‘파리는 날아봐야 몇 걸음에 불과하지만, 준마의 꼬리에 붙으면[附驥尾 부기미] 천리를 갈 수 있다’는 비유가 있습니다. 부기미란 유력자의 힘을 빌려 출세하거나 능력을 발휘한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세치 혀의 능력만으론 천리를 날아봤자 파리는 여전히 파리입니다.

[김홍묵 촌철]
경북고-서울대 사회학과 졸업
前한국일보-동아일보 기자
前대구방송 서울지사장
現자유칼럼그룹 공동대표
現내외뉴스통신 객원칼럼니스트
bamboo99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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