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묵 칼럼니스트
김홍묵 칼럼니스트

[내외뉴스통신] 김홍묵 칼럼니스트

스포츠 경기에서 가장 감격스러운 순간은 ‘헹가래’ 이벤트입니다.

함께 뛴 선수들도 그들을 지도한 감독도 솟구치는 희열과 성취감으로 웃음과 눈물·함성이 범벅이 된 행가래로 승리를 자축합니다.

그러나 헹가래는 위험천만한 행위이기도 합니다. 감독이나 승리의 주역인 선수를 공중으로 던져 올렸다 받아내는 순간 실수로 떨어뜨려 부상하게 하는 경우가 드물게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누구도 헹가래를 거부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감독과 선수들 그리고 관중들 사이에 서로를 믿는 끈끈한 신뢰가 깔려 있기 때문입니다.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미국의 석유 왕 존 록펠러(1839~1937)는 어린 시절 아버지의 말을 믿고 책상 위에서 뛰어내리다 그냥 바닥에 고꾸라졌습니다. 두 손으로 받아 주겠다던 아버지가 갑자기 손을 뺐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아버지는 아들에게 말했습니다.

“내가 어느 누구의 말도 믿지 말라 그랬지? 이 아버지 말조차도.”

그 영향인지 록펠러는 역대 세계 최대 부자인 석유왕이 되기까지 기업 종사자는 물론 경쟁자들에게 ‘비정한’ 사업가였습니다. 인생 후반기 들어 가장 큰 기부 왕으로 변신하기도 했지만.

옛 소련(蘇聯 USSR: Union of Soviet Socialist Republic)의 부활을 꿈꾸는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보면서 우리는 다시 한 번 신뢰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있습니다. 당초 어린애 팔 비틀 듯 단시일 안에 우크라이나를 막강한 무력으로 정복할 줄 알았던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결사항전 의지에 맞닥뜨려 고전하고 있습니다.

관건은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확고한 항전의지입니다.

“탈출을 위한 자동차보다 우리가 싸울 수 있도록 탄약을 달라.”

미국의 망명용 차량 제안에 그가 보인 단호한 답변이었습니다.

# 젤렌스키 항전의지에 의용군 13만 명 자원

젤렌스키의 이 한 마디는 단번에 13만 명의 의용군을 모았습니다. 외국에서 살거나 이웃 나라로 갔던 피난민, 해외 유학생들도 속속 귀국해 전선으로 나갔다 산화하는 전사자가 늘고 있습니다. 민간인들까지 맨몸으로 러시아군 전차 앞을 가로막고 저항하는 모습은 참으로 참담합니다.

이토록 처참한 현실 앞에 완전무장한 군복 차림으로 나타난 올레나 대통령 부인(44)의 모습도 국민의 애국심을 북돋는 ‘국모’다운 내조로 비칩니다. 여느 퍼스트 레이디들과는 달리.

젤렌스키(Volodymyr Zelensky 1977~)는 키예프 국립경제대학교에서 법학을 전공했지만 희극배우로 활동을 했습니다. 청렴하고 공정한 대통령 역을 맡았던 드라마 ‘국민의 일꾼’ 인기에 힘입어 정치 경력이라곤 전혀 없이 2019년 제6대 대통령(지지율 73%)이 되었습니다. 한때 ‘코미디언 대통령’ 조롱을 받기도 했습니다.

“죽음은 두렵지만, 대통령은 두려워할 권리도 갖고 있지 않다. 평범한 시민들이 자랑스럽다.” 지난 3일 외신기자 회견에서 밝힌 젤렌스키의 항전의지에 국민 91%가 그를 지지했습니다.

# 웃음 짜내는 코미디 아닌 통찰력 있어야

한국은 지금 대권을 잡으면 별천지 세상을 만들겠다는 대통령 후보들의 사탕발림에다 어퍼컷·발차기까지 난무하고 있습니다. 특히 유력 후보인 여당 민주당 이재명의 공약은 눈이 번쩍 뜨일 정도로 화려합니다.

▲수출 1조 달러  ▲소득 5만 달러  ▲주가지수 5천 포인트  ▲주택 311만 호 공급 등으로 세계 5대강국으로 도약한다는 것입니다. 말대로라면 한국은 낙원이 될 코믹입니다.

줄곧 “이재명은 합니다”고 큰소리 쳐온 그가 만약 당선되어서 “이재명이 한다고 했더니 진짜 하는 줄 알았어요?”라고 말을 뒤집으면 국민은 손가락을 자르며 탄식만 할 건가요?

코미디는 단순한 웃음이 아니라 진한 감동과 눈물, 그리고 사회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요구하는 수준에 이르러야 진정한 코미디입니다. 배우와 관객 사이에 신뢰의 카페트를 깔아야 합니다.

[김홍묵 촌철]
경북고-서울대 사회학과 졸업
前한국일보-동아일보 기자
前대구방송 서울지사장
現자유칼럼그룹 공동대표
現내외뉴스통신 객원칼럼니스트
bamboo9977@hanmail.net

※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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