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갑원 교수. 사진=nbnDB
강갑원 교수. 사진=nbnDB

[내외뉴스통신] 강갑원 대진대학교 명예교수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은 무슨 일이든 실패 없이는 이룰 수 없다는 것쯤은 누구나 다 안다. 이 말은 학습에는 실패 경험이 불가피하다는 것과 실패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이들의 학습 실패에 대하여 부모는 분명한 입장을 취할 필요가 있다. 아이들의 학습에 관해서는 위의 두 입장을 모두 수용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설령 아이가 특정 학습에 실패했다 하더라도 그것을 자연스럽게 여길 수 있어 아이가 학습에 재도전하게 할 수 있다. 학습 실패 경험 속에는 학습 성공에 유용한 무수한 정보가 들어 있다. 아이는 실패 경험에서 얻은 정보를 통해 제대로 학습한다. 이 과정의 반복이 바로 연습이다. 실패가 없다면 연습이 필요 없고 연습이 없으면 학습은 일어나지 않는다.  

무용수가 하나의 원숙한 동작이라도 단번에 할 수 없듯이 모든 학습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우리는 인내심을 가지고 아이들이 학습할 때까지 기다려줄 줄 알아야 한다. 아이들이 과제를 잘 학습하지 못하였다 하더라도 조급할 필요가 없다. 넓게 보면 모든 인간 행동 변화는 학습의 결과이고 그 변화는 일생동안 서서히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단편적으로 보면 완결된 학습이 존재할지 모르나 한 인간의 일생을 놓고 보면 학습은 완결되지 않고 멈추지 않고 계속 이어진다.   

학습을 달리 말하면 공부이다. 공부를 좁고 짧게 보는 사람도 있고, 넓고 길게 보는 사람도 있다. 후자의 사람이 전자의 사람보다 더 좋은 학습관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사람마다 공부의 목적과 내용은 다르지만 Maslow란 학자가 얘기했듯이 누구나 도달하는 종착점은 자기실현이다. 자기실현을 한 사람은 자신의 삶이 만족스럽고 행복하다고 느낀다.

인생은 공부의 과정이고 그 과정에서 삶에 대한 깨달음을 얻기도 한다. 우리는 이것을 철이 들었다고 한다. 유명한 발달심리학자 Erickson의 용어를 빌리자면 통정감(integrity)을 얻게 된다. 한국 연세대학교 김형석 명예교수 본인은 60세가 되었을 때 철이 든 것 같다고 회고한 적이 있다. 이처럼 배움의 여정은 길고 그 가운데에서 학습은 계속 일어난다.  

사람은 지식이나 기술 같은 것을 학습하기도 하지만 가치관이나 인성과 같은 것도 학습한다. 인성 학습과 지식학습보다 시간이 더 많이 요구된다. 아이를 훈육하면 즉시 행동이 바뀔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그렇다고 낙담하거나 화낼 필요가 없다. 학습은 원래 그렇다고 생각해야 한다. 학습되었다가도 후퇴하고, 후퇴하였다가도 다시 전진한다. 이러한 과정이 무수히 반복되지만 길게 보면 전진하고 있다. 그러기 때문에 일 순간의 학습 성패에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 학습은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과 같은 것이다.  

아이의 학습 실패에 대하여 성급히 비난은 금물이다. 다양한 부작용이 생기기 때문이다. 자신이 실패한 것에 대하여 자주 비난받은 아이는 학습 과제에 도전하지 않는다. 자신을 위한 학습이 아니라 칭찬받거나 비난을 피하기 위한 학습만 하려고 한다. 심지어는 열등감을 발달시킨다. 그렇다고 실패가 괜찮은 것처럼 방관하는 것도 안 된다. 학습에 대한 잘못된 신호를 주기 때문이다.  

심리학자 Adler는 인간은 출생 시부터 연약한 존재로 태어났기 때문에 누구나 열등감을 피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인간은 우월감을 느끼고 싶은 본능이 있기 때문에 열등감을 극복하여 성장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시적 실패는 오히려 긍정적 영향을 준다고 본다. 학습 실패에는 이러한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경계해야 할 학습 실패도 있다. 그것은 바로 장기간의 반복적 학습 실패이다. 이렇게 되면 아이는 자신감을 잃어 학습 도전 자체를 포기하게 된다. 결국 아이는 비정상적 방법으로 우월감을 얻으려고 한다.

Adler는 이러한 상태를 병적 열등감 또는 병적 우월감이라고 하였다. 자기를 자랑하거나, 허풍을 떨거나, 심지어는 남을 비난하거나, 질투하거나, 모함하는 것 등은 병적 열등감에서 비롯되는 행동이다. 이것은 학습 실패가 이미 개인의 성격을 침해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부모나 교사는 아이들이 반복적으로 학습에 실패하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 실패가 반복될수록 그에 비례하여 회복도 어렵다. 병적 열등감을 해결하는 근본적 해결책은 아이에게 성공감이나 성취감을 느끼도록 해 주는 것이다. 그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아이가 충분히 성공할 수 있는 아주 간단한 과제를 해보도록 한다. 이러한 과제를 몇 개만 성공하여도 아이는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이것을 바탕으로 자신감이 다른 과제에도 점차 확산해 간다. 섣불리 한꺼번에 많은 것을, 또한 어려운 과제를 학습하기를 기대하면 안 된다.  

경계해야 할 또 하나의 학습 실패는 인성과 습관의 학습 실패이다. 인성 학습의 실패는 지적 학습의 실패보다는 더 심각하고 회복하기도 쉽지 않다. 인성은 조기에 그 기초가 형성되어 불가역적 특성이 비교적 뚜렷하기 때문이다. 양심, 도덕, 준법, 예의, 정직, 친사회적 행동 등이 인성 학습 대상의 예이다. 인성 학습에 실패하지 않기 위해서는 부모는 아이가 어릴 때부터 바른 행동과 그른 행동이 무엇인지 부단히 알려주고, 그른 행동을 하면 반드시 지적해 주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아이의 양심이 발달한다. 아이가 크면 괜찮겠지 하는 안이한 생각은 위험하다.  

마지막으로 경계해야 할 학습 실패는 습관의 학습 실패이다. 습관은 생각 없이 하는 행동이다. 그래서 제2의 천성이라고도 한다. 습관은 거의 무의식적 반사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본인이 통제하기도 어렵고 학습된 습관은 바꾸기도 어렵다. 위생 습관, 식습관, 신변 정리, 공간 정리 습관, 학습 습관 등은 어릴 때부터 서서히 학습하여야 할 중요한 습관이다. ‘세 살 버릇 여든 간다.’, ‘될성부른 나물은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속담은 심리학적으로도 설명이 되는 일리가 있는 말이다.

[강갑원 교수]
중앙대학교 대학원 교육학 박사(교육심리학)
대진대학교 교육대학원장(역) 
대진대학교 국제교류협력대학장(하얼빈캠퍼스)(역)
대진대학교 교원연수원장(역)
한국영재교육학회장(역)
대진대학교 명예교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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