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충웅 박사 (사진=nbnDB)
최충웅 박사 (사진=nbnDB)

[내외뉴스통신] 최충웅 박사 기자

지난 대선은 희대미문(稀代未聞)의 ‘소쿠리 투표’ 사태로 역대 선거사상 최악의 오점을 남겼다. 민주주의 선거의 근본인 직접·비밀투표 원칙을 깨트린 사건이다. 확진자·격리자 사전투표에서 기표한 투표용지를 소쿠리, 라면박스, 비닐쇼핑백에 담아 옮기는 황당한 사태가 벌어졌다. 나태하고 안이한 부실 준비로 후진국에서도 보기 힘든 창피한 사태를 자초했다. 뿐만 아니라 이미 기표한 투표지를 또다시 다른 투표자에게 배부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을 저질렀다. 대통령을 선거하는 여러 투표소에서 대혼란 사태가 벌어지는데도 관리책임자인 선관위원장은 토요일이라는 이유로 출근도하지 않았다. 직접·비밀투표 선거의 원칙을 무너뜨린 결과를 선거관리위원장이 책임지고 물러나야 할 중차대한 사건이다.  

대통령선거 부실 관리의 총책임자인 노정희 중앙선관위원장이 지금까지 선관위 안팎에서 쏟아지는 사퇴 요구를 거부하며 버티고 있다. 이런 노 위원장의 철면피 행태에 대해 사방에서 비판이 빗발치고 있다. 야당 정치권과 대한변호사협회는 물론 선관위 내부에서도 사퇴 요구가 터져 나왔다. 지난 3월 17일 중앙선관위와 17개 시·도위 소속 상임위원 20명 중 15명이 공동입장문을 내어 "선관위의 대외적인 신뢰 회복을 위해 위원장의 대국민 사과와 거취 표명이 필요하다"며 사실상 사퇴를 촉구 했다. 

그러나 노 위원장은 "앞으로 더 선거 관리를 잘 하겠다"며 사퇴를 거부했다. “더 잘 하겠다”고 한 것은 지금까지는 잘해 왔다는 얘기로 들린다. 상임위원 15명이 나서서 사퇴를 요구하는 초유의 사태에도 사무총장만을 면직시켰다. 그래도 비판 여론이 계속 커지자 18일에는 선거정책실장과 선거국장까지 경질시켰다. 실무자 경질로 비판 여론을 덮고 무마하려는 꼬리 자르기 행태까지 보인 것이다. 준비가 제대로 안 된 불법 선거사태의 심각성과 책임을 깨닫지 못하는 것으로 보일뿐이다.  

선관위 수장인 자신이 짊어져야할 책임을 아랫사람들에게 떠넘기고 자신의 자리보전 꼼수를 노린 것이다. 선거 관리의 총책임자가 제대로 된 사과는커녕 모든 책임을 선관위 직원들에게 떠넘기고 있으니 몰염치하기 짝이 없다. 이래서야 내부 직원들 앞에 체통이 서겠는가. 선거 실무를 총괄한 사무총장의 사퇴와 실무책임자인 실·국장의 경질은 당연하지만 그걸로 어물쩍 넘어갈 일이 아니다. 이후에도 부실 관리에 대해 제대로 된 해명조차 내놓지 않았고 진솔한 사과마저 하지 않았다. 선관위원장이라는 직책을 맡을 자질과 자격을 갖췄는지 의심스럽다.

이제 곧 6월 1일 지방선거가 닥쳐왔다. 이번 지방선거는 전국단위 선거로, 광역·기초단체장은 물론 광역·기초의원, 교육감을 동시에 뽑는다. 대선보다 더 복잡하고 세심한 관리가 요구된다. 그런데 선거관리를 위한 상황은 대선 때보다 더 악화됐다. 선관위 직원들은 사기가 땅에 떨어졌고 선관위를 도와 선거 투·개표를 관리할 지방 공무원들은 지원을 기피하는 현상이다. 지금처럼 총체적 난국에 빠진 선관위 체제로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국민의 신뢰는 물론 내부 신뢰까지 잃은 노 위원장이 어떻게 막중한 선거 관리를 지휘할 수 있겠는가. 노 위원장 체제로는 6월 지방선거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선관위는 투표의 중립성과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해 설치한 헌법기관이자 독립기관이다. 사무총장과 상임위원이 공석이고, 야당 몫 선관위원마저 장기간 임명되지 못하고 있다. 선관위원 7명 중 6명이 친여 성향인사이니 엄정한 공정 기능을 기대하기 어렵다. 공석인 사무총장과 선관위원 2명의 인선도 여·야 모두 동의할 수 있고 정치적 편향성이 없는 중립적인 전문 인사를 임명해야 한다. 지금 같은 선관위 체제로 6월 지방선거가 올바르고 공정한 선거를 기대하기 어렵다. 선관위원장은 이번 사태를 어물쩍 넘기려 해선 결코 안 된다.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선관위가 이런 사태를 불러온 것은 자질은 물론 최소한의 책임감도 없는 노 위원장과 같은 사람을 내 편이라는 이유로 자리를 맡긴 정권의 책임도 크다. 노 위원장은 선관위가 혼란을 수습하고 지방선거를 준비할 수 있도록 사퇴하는 게 마땅하다. 선관위가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최고 책임자인 노 위원장이 물러나는 게 불가피하다. 노 위원장이 버티면 버틸수록 선관위에 대한 국민의 신뢰만 추락하게 된다. 선관위도 부실 관리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과 전면적인 쇄신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사법당국의 철저한 수사도 함께 진행돼야 한다. 선관위는 과감한 쇄신을 통해 환골탈태의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최충웅 약력]
경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경남대 석좌교수
YTN 매체비평 출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연예오락방송 특별 위원장
방송위원회(보도교양/연예오락)심의 위원장
언론중재위원회 위원
방송통신연구원 부원장
한국방송예술교육진흥원 원장
KBS 예능국장·TV제작국장·총국장·정책실장·편성실장
중앙일보·동양방송(TBC) TV제작부 차장

choongwc@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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