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갑원 교수
강갑원 교수

[내외뉴스통신] 강갑원 대진대학교 명예교수

넓은 의미의 공부는 학교에서 배우는 교과 지식 학습을 뛰어넘는다. 공부는 한 인간의 신체적 정신적 성장 과정이다. 인간의 성장 원리를 이해하면 학습과 교육이 보인다. 무엇보다 본인은 물론 부모나 교사 역시 이를 잘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삶은 성장의 과정이고 성장은 발달이나 학습의 과정이다. 학문적으로 보면 유전과 경험에 의한 변화를 발달이라고 하고, 경험에 의한 변화를 학습이라고 하지만 행동 변화에는 이 두 측면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구분할 수 없기 때문에 행동의 변화를 학습이라고 보면 편하다. 
인간의 모든 행동은 호르몬과 뇌의 작용이다. 따라서 성장 과정은 뇌의 성숙이나 형성과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간의 지식, 인간의 성격, 인간의 신체 운동, 인간의 가치관 등 모든 인간의 행동은 뇌 작용의 결과이다. 뇌 과학이 발달할수록 특정한 인간의 행동을 관장하는 뇌 부위가 어는 것인지 점차 밝혀지고 있다.

그러나 수많은 개개의 행동마다 이를 관장하는 뇌 부위가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감각, 언어, 운동, 고등사고, 통제력 등과 같이 유사한 정보를 포괄적으로 처리하는 뇌 부위가 별도로 존재하며, 점차 좀 더 구체적 행동을 관장하는 뇌 부위가 확인되고 있기는 지만, 기본적으로 인간의 행동은 뇌 세포 간의 연결에 의해 나타나는 현상이다. 
뇌세포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하나는 직접 신경 신호를 전달하고 받는 세포인 뉴런과 뉴런에 영향을 공급하는 등 지지 역할을 하는 아교세포이다. 전자의 뇌세포 수가 전체의 약 1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뉴런 수가 많다고 머리가 좋은 것은 아니다. 뉴런의 수로 따지면 개가 인간보다 더 많다. 뉴런과 뉴런이 연결되는 것(시냅스라 함)이 중요하다. 인간은 출생 후 유아기까지의 뉴런의 수는 약 1,000억 개까지 증가하다가 그 후 감소한다. 사용되지 않는 뉴런은 정보처리에 오히려 방해되기 때문에 제거된다. 천재 과학자 아인슈타인 뇌의 뉴런은 보통 사람과 차이가 없으나 아교세포가 많다는 주장이 있다. 아교세포의 질이 뉴런의 기능에 영향을 주므로 역시 뇌의 정보 처리에 영향을 준다. 
인간의 행동이 뉴런 간의 연결에 의해 가동되는 신경망에 의해 결정된다고 볼 때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네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어떤 내용의 신경망을 가지도록 할 것인가? 둘째는 얼마나 신경 연결이 잘 일어나게 할 것인가? 셋째는 신경망이 얼마나 잘 유지되게 할 것인가? 넷째는 연결된 신경 회로를 얼마나 손쉽게 제거할 것인지일 것이다. 
신경 연결 형태는 한 인간이 평소 무엇을 얼마나 빈번하게 경험했느냐에 의해 결정된다. 그래서 아이가 평소 다양하고 건강한 경험을 하도록 하여야 한다. 특히 인생 초기 경험의 질이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아이가 장시간 영향을 받는 부모와 가정의 환경이 중요하다. 자녀를 좋은 학교에 보내고 좋은 지역에서 살게 하려고 하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20세기 미국의 유명한 철학자 존 듀이가 말했듯이 인간은 자신이 경험한 세계 내에서만 생각하기 때문에 경험하지 않은 행동은 없다. 즉 사람은 자신이 경험한 대로 행동한다.
스위스의 유명한 생물학자이자 발달심리학자인 피아제는 뇌의 지적 신경 구조에 관심을 가졌다. 그는 이것을 인지구조라고 하고 그것이 어떻게 형성되고 변하는지에 관심이 있었다. 그에 의하면 인간이 낯선 환경에 직면하여(특히 지적 환경에 관심이 있었음) 기존의 인지구조로써 정보 처리가 곤란해지면 자신의 인지구조를 변형시켜 환경 정보를 이해하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지적 긴장을 경험하며 그 극복 과정이 적응이며 지능의 발달이다. 
학습 과정은 바로 새로운 신경망의 형성이나 기존의 신경망의 변형 과정이다. 이 과정에는 필연적으로 긴장 상태가 수반된다. 예를 들면 의문을 가지고 생각하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할 때 신경망이 형성되거나 바뀐다. 이 과정에서 신경 회로에 저항이 생기고 에너지가 소비되어 열이 발생한다. 우리가 뭔가 잘 이해되지 않는 상황에 놓였을 때 열받는다고 하는 것은 일리가 있다.

이처럼 신경망 형성과정은 결코 편안한 과정이 아니다. 우리는 학생들이 적절한 학습 경쟁 상황에서 학습 효율이 더 높다는 것을 종종 목격한다. 모든 생명체의 기관이 그러하듯 유기체의 뇌 신경망도 환경 압박에 직면하면 적응하는 형태로 바뀐다. 그렇지 않으면 뇌는 신경회로를 바꾸려 하지 않는다. 근육을 움직일수록 튼튼해지는 원리와 같다. 따라서 학생들에게는 느슨한 학습 계획보다는 다소 빡빡한 학습 계획이 학습에는 더 유용하다. 적절한 수준의 긴장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이것이 다름 아닌 학습 동기를 유지하는 것이다.

특히 특정 학습 과정에서는 비교적 높은 긴장이 필요하다. 달리 표현하면 높은 학습 집중력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1시간 동안 느슨하게 학습하는 것보다는 30분간이라도 집중적으로 밀도 있게 학습하는 것이 낫다. 
느슨한 학습 상황이라도 그 경험이 장기간 반복되면 가성비는 낮지만 새로운 신경 회로가 형성되거나 수정된다. 장기간의 전반적 학교 학습이 이러한 경우이다. 이러한 학습  상황에는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다 하더라도 단기적으로 집중하는 형태의 학습이 없어서는 효과가 없다. 장기간 반복된 경험에 의하여 형성된 신경망일수록 쉽게 가동되지만 그만큼 제거가 쉽지 않다. 이러한 현상을 우리는 습관이라고 한다. 습관에는 지식, 성격, 동작 등 다양한 형태가 있다.

신경망 형성은 대부분 단번에 또는 비약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초등학생이 고등학생의 수학을 배운다고 그것을 학습하지 못한다. 그것은 초등학생의 인지구조가 고등학교 수학을 학습할 만큼의 인지구조의 수준에 이르지 못하기 때문이다. 개인 간의 학습의 수준의 차이는 그동안 학습에 필요한 시간을 투입한 양과 질의 차이에 의하여 결정된다. 따라서 일정 기간 동안 투입한 학습 시간이 부족한 학생이 뒤떨어진 것을 만회하기 위해서는 그간 투입하지 못했던 시간까지 투입해야 하므로 학습의 어려움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뇌 신경학적으로 볼 때 학습의 과정은 결코 편안하거나 재미있는 과정이 아니다. 학습했을 때의 성취감은 사람을 유쾌하게 하지만 그 과정은 그렇지 않다. 학생 본인은 물론 부모나 교사는 즐거운 학습만을 가정하는 것은 위험하다. 악기 연주가의 훌륭한 연주가 있기까지에는 힘든 연습 과정이 있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마치 학습은 마냥 즐거운 것이라고 미혹한다든지 학습 부담을 느끼지 않게 해 주려는 과도한 조치나 위로는 오하려 학생의 학습을 망칠 수 있다. 자신이 원하는 바를 얻어 성공한 사람치고 편안한 길을 걸어온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학생들이 학습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학습이 안 되어 성취감을 느끼지 못하여 학습을 피하려 하기 때문이지 학습 행위 그 자체 때문이 아니다. 이러할 땐 욕심을 내지 말고 달성 가능한 목표를 세워 하나씩 달성하여 성취감을 느끼면 극복할 수 있다. 학습을 미루지 않고 꾸준히 하면 학습은 즐거운 과정이다. 그것을 통해 사람은 성장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강갑원 교수]
중앙대학교 대학원 교육학 박사(교육심리학)
대진대학교 교육대학원장(역) 
대진대학교 국제교류협력대학장(하얼빈캠퍼스)(역)
대진대학교 교원연수원장(역)
한국영재교육학회장(역)
대진대학교 명예교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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