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묵 칼럼니스트
김홍묵 칼럼니스트

[내외뉴스통신] 김홍묵 칼럼니스트

백운규(1964~, 한양대 교수 출신)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018년 4월 월성 원전1호기의 가동 중단 시점을 두고 즉시 중단의 문제점을 보고하는 부하에게 “너 죽을래?” 하고 윽박지른 사실이 감사원 감사로 뒤늦게 폭로되자 온 나라가 시끌벅적했었습니다.

장관의 이 한마디로 주눅이 든 부하와 ‘인사 불이익’ 협박을 받은 한수원 사장은 월성1호기의 경제성 평가 결과를 조작하게 되었고, 조작 과정에서 400여 개의 문건을 삭제하는 일까지 있었음이 드러났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실세 중의 실세였던 ‘임하룡’(임종석 비서실장, 장하성 정책실장, 정의용 안보실장) 중 임 전 실장은 국방장관에게 알리지도 않고 3군 참모총장을 불러 장성 인사 보고를 받아 월권 시비를 일으킨 적도 있습니다.

그는 이에 앞서 2017년 7월 19일 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를 발표한 다음 날 1호 과제인 ‘적폐 청산’ 관련, 비서실장 명의의 공문을 19개 부처·기관에 보냈습니다. 총리도 몰랐던 공문은 “부처별로 적폐 청산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24일까지 구성하고 현황과 향후 운영계획을 회신하라”는 명령이었습니다. 비서실장 직인까지 찍어.

어쩌다 공무원(어공)이 된 사람들의 무소불위(無所不爲)한 행태들입니다. 이런 작태가 한둘이 아니어서 문 정부의 늘 공무원(늘공)들은 존재 이유나 가치가 줄곧 시들기만 했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부처의 장관이 누구인지 무근 일을 하느지 모르는 백성이 훨씬 많습니다.

공무원 집단인 관료조직[bureaucratic organization]은 군(軍)·경찰과 함께 국민의 안녕과 국가 안전을 지키는 3대 기둥의 하나입니다. 관료제의 특성은 △모든 직위의 권한과 임무는 법으로 규정하고 △모든 직위는 권한이 구별되는 계서제(階序制; 상명하복 체제) 속에 배치되며 △관료는 지배자의 종복이 아니라 임무 수행에 필요한 전문 훈련을 받은 사람을 채용한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관료제는 이념 아닌 전문지식으로 통치하는 시스템

관료제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행정부의 공무원 집단만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왕조시대에서부터 근대 국가, 서양과 동양, 민주주의 국가와 사회주의 국가, 정부와 기업이 두루 채택하고 있는 시스템입니다. 그것이 인구의 폭발적 증가와 함께 사회 현상의 다기화, 정부 역할의 확대로 행정부의 기능이 비대해져 관료제=공무원 집단이라는 등식 인식을 갖게 된 것입니다.

관료제(bureaucracy)라는 용어를 처음 쓴 독일 사회학자 막스 베버(Max Weber 1864~1920)는 “인간이 만든 조직 중에서 가장 효율적이고 합리적이며, 현대사회에 필수적인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베버는 또 “관료제는 지식으로 통치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습니다. △위계의 서열화 △권한의 명문화 △법규에 따른 과업 수행 △전문성을 지닌 구성원 △개인 아닌 조직에 의해 검증된 경력 관리 등을 관료제의 특징으로 꼽았습니다.

그러나 그 제도가 순기능만으로 발전하지는 않았습니다. △규약과 절차에 얽매여 개인의 창의성과 자율성 약화로 업무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목적 달성을 위한 절차가 달성을 방해해 시간과 비용을 낭비하며 △빠른 사회변동에 적응하지 못해 경직성을 초래하는 등 문제점도 많다는 지적입니다.

우리가 그동안 ‘일반미’와 구별해온 ‘정부미’의 특성과 크게 다를 바 없는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큰 폐해는 관료조직에 외부의 힘이 강하게 작용하여 제도의 본질을 왜곡시키는 일이 허다하다는 점입니다. 정권을 잡은 사람이나 정당이 관직을 장악하는 엽관(獵官)주의, 조직의 업무 배치를 사사로운 인정이나 의리에 끌려 하는 정실(情實)주의, 돈이나 재물을 받고 벼슬자리를 주는 매관매직(賣官賣職)은 오래된 적폐입니다.

기억할 수 있는 근자의 적폐도 많습니다. 일자리를 늘리지 못한 4대강 사업, 미친 집값 상승만 부추긴 임대차 3법, 기업 손발을 묶어놓은 친노동정책, 국가부채 2,000조 원 시대(문 정부 5년간 763조 증가)를 만든 재정건전성 왜곡, 전문가를 배제한 캠코더(대선 캠프 출신, 이념·코드에 맞는 사람, 더불어민주당 의원) 인사···.

# ‘생선이 썩으면 구더기, 관료가 썩으면 돈이 생긴다’

이 밖에도 전문성이 없는 어공들이 판을 짠 정책으로 비판과 저항을 부른 것이 수두룩합니다. 스스로 장벽을 무너뜨린 안보와 국방 정책, 어깃장 난 한미동맹, 감성팔이에 치우친 한일 관계, 국민을 편 가름한 역사 소환, 북에 끌려만 다닌 한반도 평화 운전자론, 낯뜨거운 자화자찬과 전(前) 정부 탓, 슬그머니 손을 뺀 K방역 등입니다

특히 ‘탈원전’ 정책은 문 정부가 곳곳에 힘껏 박아놓은 대못으로 탈(脫)탈원전이 적지않은 암초를 넘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 놓고도 대통령이 해외에 나가서는 “한국 원전이 가장 안전하다”고 너스레를 떨고, 임기 말이 되자 “(향후 60년간은) 원전이 주력 전원”이라고 뜬금없는 소리를 한 배경이 무엇인지 알 길이 없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새 정부의 대통령실 행정관(2~5급) 인사에 어공(정치권 출신 공무원)보다 늘공(직업 공무원) 우선 배치를 원칙으로 진행한다고 합니다. 대통령실 직원도 현재 500명 안팎보다 적은 350명 정도가 될 것이라는 예측입니다.

그동안 새 정부 출범 때는 대선 캠프 출신 정치권 인사들이 논공행상으로 자리를 꿰차는 바람에 늘공들은 영혼이 없어지거나 식물 공무원으로 전락해 바람도 불기 전에 풀처럼 드러눕는 현상이 두드러졌습니다. 청와대 눈치 보느라 제 목소리도 못내고.

‘생선이 썩으면 구더기가 생기고, 관료가 썩으면 돈이 생기다’는 말은 늘공·어공 모두가 경계해야 할 잠언입니다. 구더기가 들끓는 생선은 버리면 되지만, 세금폭탄과 치솟는 물가에 돈이 없는 백성은 굶어야 합니다.

[김홍묵 촌철]
경북고-서울대 사회학과 졸업
前한국일보-동아일보 기자
前대구방송 서울지사장
現자유칼럼그룹 공동대표
現내외뉴스통신 객원칼럼니스트

bamboo9977@hanmail.net

※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내외뉴스통신, NBNNEWS

기사 URL : http://www.nb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670361

저작권자 © 내외뉴스통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