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충웅 박사
최충웅 박사

[내외뉴스통신] 최충웅 박사

환자가 병원에 직접가지 않고 비 대면으로 진료가 가능한 '원격진료' 제도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거동이 불편한 환자 경우 매우 편리한 '원격진료'가 그동안 30여 년간 의료 영리화, 의료전달체계 붕괴 등 여러 가지 문제로 막혀 있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국 중 27개국이 원격진료를 허용하고 있다. 국내에서 원격진료는 20여년 넘게 시도되었으나 현실화되지 못했다. 대한의사협회를 중심으로 보건의료인단체가 단결해 환자 안전을 내세우며 반대해 왔기 때문이다.

그러다 2020년 1월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비대면 원격진료의 추진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원격진료는 코로나가 심각 단계에 접어든 2020년 2월 한시적으로 허용됐다. 특히 지난해 12월부터 대유행이 시작했던 코로나 오미크론 변이로 매일 확진자가 수십만 명씩 쏟아지면서 병·의원을 피해 원격진료를 찾는 환자 수가 급속히 늘었다.

지난 2년 동안 원격진료 누적 건수는 1000만건을 넘었다. 국민 5명 중 1명은 원격진료의 편리성을 경험한 것이다. 확진자의 재택치료 환자가 확산되면서 원격의료의 필요성이 국민 사이에 절대적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국내 원격진료는 2000년 김대중 정부 때 시도를 했으나, 일단 의료인 간의 원격 협진을 허용하는 선에서 그쳤다. 의사와 환자 간 이뤄지는 원격진료와 모니터링은 지난 30년 가까이 일부 지역이나 시설, 질병군 대상으로 시범사업만 수차례 진행되며 도입이 타진됐지만 아직 제도화의 벽을 넘지 못했다. 점진적으로 의료인과 환자 간에도 허용할 계획이었으나 의사협회 등이 "영리병원으로 가는 길" 이라며 결사반대에 부딪쳐 논의가 중단됐다. 

이후로도 정부가 바뀔 때마다 재논의가 모색됐지만 대형 병원으로 환자가 쏠리고, 오진이 속출할 수 있으며, 약품이 오남용 될 수 있다는 등의 반대 논리에 번번이 막혔다. 이번 코로나 팬데믹 시련을 통해 원격진료의 필요성과 효용성이 상당부분 확인된 만큼 코로나와 무관하게 상시 허용하는 방안을 적극 논의할 때가 됐다. '재택진료'를 갈망하는 여론의 확산으로 정착 시킬 적기가 도래한 것이다.  

원격진료는 거동이 불편한 노령층이나 1인 가구, 만성질환자, 산간벽지 가구 등에 매우 요긴한 제도이다. 현재 국회에 관련 법안이 제출돼 있지만, 허용 대상에 대한 제한적인 제반 조건 등 논의할 과제가 많다. 약사들의 반대가 극심한 '약 배송' 허용도 민감한 문제다.

오진, 불법 복제약 유통 및 오배송, 개인 의료정보 유출 등 부작용을 줄일 방안들을 강구해야 한다. 시행에 따른 부수적인 여건들이 정리되고 이해관련 업자들의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 법제화로 시동을 걸어야 할 때다.

그러나 그토록 갈망하는 '비대면 진료' 제도 혜택이 막상 벽에 부딪쳤다. 정부는 거리두기 전면 해제에 이어 25일부터 코로나19의 감염병 등급을 1급에서 2급으로 낮췄다. 감염병법에 따라 코로나19 재난 상황이 '심각 단계' 밑으로 떨어지면 비대면 진료는 불법이 된다. 일상을 회복하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그와 동시에 비대면 진료는 낡은 규제 속에 갇히게 된다. 현행 의료법상 의료진 간 원격협진을 제외한 모든 형태의 원격의료는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코로나 발생 초기인 2020년 2월부터 전화·화상 상담 및 처방 등 사실상의 원격진료를 한시적으로 허용했다. 최근 국회에 제출된 정부 자료에 의하면 하루 평균 5,166건의 비대면 진료가 이뤄졌다. 전체의 77%가 동네의원에서 진행됐다. 코로나19 위기로 그나마 2020년 3월부터 일시 허용된 비대면 진료가 낡은 규제 탓에 묶이게 된 것이다. 우리 국민이 이런 편리한 '원격진료' 서비스를 낡은 규제 탓에 외면당하게 되는 건 정책의 후진성으로 비취게 될 것이다.

이번 계기로 원격진료의 법제화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커 보인다. 국민의 고령화에 따른 환자의 편의를 증진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국회 여·야 입장도 크게 차이가 없어 보인다. 원격진료를 막고 있는 이해당사 기관의 갑질 때문에 실시하지 못하는 것은 정부의 의지부족으로 볼 수 있다. 지금은 5G 기술로 지구 반대편에 있는 환자를 실시간으로 수술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다행히 디지털플랫폼 정부를 표방하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원격진료 도입에 적극적이다. 윤 당선인은 지난 12월 "비대면 진료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했다. "국민 모두가 첨단 기술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도 "즉각적인 방법을 찾겠다"고 했다. 새 정부에 기대가 크다. 

원격진료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 원격진료 제도화를 위한 사회적 협의를 하루빨리 시작해야 한다. 이제는 원격진료를 '하느냐 마느냐'로 논쟁을 벌일 게 아니라 '어떻게 하느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오죽하면 원격진료를 하지 않으면 '의료 후진국'이라는 말까지 나올까.

[최충웅 약력]
경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경남대 석좌교수
YTN 매체비평 출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연예오락방송 특별 위원장
방송위원회(보도교양/연예오락)심의 위원장
언론중재위원회 위원
방송통신연구원 부원장
한국방송예술교육진흥원 원장
KBS 예능국장·TV제작국장·총국장·정책실장·편성실장
중앙일보·동양방송(TBC) TV제작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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