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안보통일연구원 이재윤

[내외뉴스통신] 이재윤 국가안보통일연구원 수석 연구원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이 왔지만 봄 같지가 않다”란 말은 중국 전한(前漢)시대 절세미인이었던 궁녀 왕소군(王昭君)에게서 비롯된 말이다. 그는 흉노와 화친 정책의 일환으로 흉노왕에게 시집가 35세에 짧은 생을 마감하였는데, 훗날 당나라 시인 동방규(東方虯)가 불운한 삶을 살았을 그의 심정을 묘사해 지은 시에 나오는 구절이다. 오늘날 좋은 시절이 왔지만 여러 상황은 좋아지지 않았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尹대통령이 취임한 지 한 달여가 지났다. 당선 이후 진보정권 출신 총리 지명, 제주 4.3 및 5.18 기념식 참석과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등 그야말로 통합을 위한 행보였다. 지난 정권이 내 편만을 바라보는 소위 ‘半통령’이라는 비아냥이 있었기에 통합 행보는 반길 일이었다. 문제는 보수를 위한 메시지는 별반 들리지가 않는다는 점이다. 판단하기엔 아직 이르지만 벌써 보수 일각에서는 춘래불사춘이라는 우려가 고개를 든다.

그동안 보수 정권은 당선되고 나면 한결같이 지지층보다 반대 진영의 환심 사기에만 바빴다. 이러다 보니 광우병 사태와 세월호 음모론에 흔들렸고 촛불 광풍에 쓰러졌다. 반면 진보정권은 어떠했는가? 취임 후 곧바로 소외당한 자기편에 대한 사면이나 보은 인사 등으로 지지층을 결집하면서 반대 진영에게는 각종 프레임을 만들어 궤멸을 노렸다. 文정권은 유독 가혹했다. 그래서 혹자들은 반대파를 탄압하며 사화(士禍)로 얼룩졌던 연산군 시대와 비교하기도 했다.

적폐몰이가 전방위적으로 행해졌고 주요 표적은 국정원이었다. 정보기관 업무 특성이 도외시되어 많은 직원이 위법인식조차 없이 행해진 업무로 사법의 심판대에 올랐다. 정보요원은 국익(國益)의 잣대에서 복무하기에 엄격한 사법의 칼날을 겨눈다면 피할 수가 없다. 좌파들의 ‘적폐청산’ 먹잇감으로 안성맞춤이었다. 국정원 비판론자 일색의 점령군은 개혁을 표방했지만 실상은 ‘국정원 무력화’였고 그들의 개혁메뉴에는 국익이나 국가 안위 따위는 상관없이 폐지 분리 이관밖에 없었다.

원장은 ‘적폐청산TF’를 꾸려 이들의 요구에 부응했다. 비밀의 보루인 메인서버 빗장이 풀렸고 정보기관의 생명과도 같은 보안을 그렇게도 강조하던 지휘부가 직원의 사법처리에는 마구잡이로 자료를 제공해 모두를 아연실색하게 했다. 그것도 검찰에게만 일방적으로 제공해 직원들은 방어권을 행사할 수도 없었다. 검찰에서조차 “수사과정에서의 의례적인 요구일 뿐, 정보기관이라 당연히 거부할 줄 알았는데 당황스럽다”고 말할 정도였다. 

이들이 처벌받을 만한 범죄라도 저질렀나? 범죄는 위법인식이 있어야 하는데 그들은 관행에 따른 국익활동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소위 ‘댓글 사건’ 경우에 광우병·천안함·세월호 음모론 등 북한의 사이버 심리전에 대한 방어심리전 측면이 강했다. 국가보안목표시설에서의 변호인 접견을 불허했다는 이유로 간부가 실형을 받았는데 누가 위법이라고 생각하였겠는가. ‘화교 출신 유氏 사건’도 검찰 지휘하에 진정한 기록을 입수하고자 진력하다 발생한 검증의 실패인데도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증거를 조작한 것인 양 내몰았다.

적폐몰이 조사 과정은 적법절차와도 거리가 멀었다. 보안목표시설에서 변호인 접견거부를 이유로 직원을 구속시키고도 정작 적폐몰이에서는 변호인 방어권을 보장해주지 않았다. 정보기관의 메인 서버 문제는 차치하고 개인 메일 등 사적 내용이 본인 동의 없이 검찰로 보내졌다. 이러한 가운데 좌파들이 양산해 내는 적폐 프레임의 결과물만 맹신하면서 논평이나 일삼는 구경꾼들이 희생자들을 더욱 힘들게 했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국정원의 개혁 방안에 대해 모사드(Mossad)처럼 만들기, 대공수사권 환원, 심리전 활동 강화, 신안보 위협 대응 등 전문가들의 거대 담론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 지난 정권의 적폐몰이를 바로잡겠다는 메시지는 없다. 국정원 개혁의 첫걸음은 거대 담론이 아니라 희생자들을 치유하는 일이다. 위법 인식 없이 사명감으로 수행한 직무가 ‘적폐’가 되어 자체 조사, 검찰 조사 등으로 만신창이가 되는 상황을 지켜본 직원들이 어떤 개혁 방안을 만든들 사명감을 가지고 업무 수행을 할 수 있겠나.

새 정부로서는 지난날에 대한 자기 부정이라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정보활동에 대한 오해로 법리를 왜곡 적용한 정치적 수사였던 만큼 결자해지해야 한다. 또한 검찰로 보내진 자료도 적법절차를 통해서 이루어졌는지 따져 보아야 마땅하다. 지금 적폐몰이 희생자들은 대통령의 통합에 이은 다음 행보를 주시하고 있다. 대통령의 취임 일성은 상식이었다. 지난 정권의 비상식이 만든 적폐의 그늘을 이제 상식으로 되돌려놓아야 한다. 

[이재윤]
-과학수사학 박사
-동국대학교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겸임교수
-한국공공정책신문 칼럼니스트
-한국행정학회 국가정보연구회 위원
-국가안보통일연구원 수석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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