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시설물유지관리협회 황현 회장, 전 정부의 건설업 혁신 방향 비판

대한시설물유지관리협회 황현 회장이 업종을 폐지하는 법안의 부당성을 설명하고 있다. (협회 제공)
대한시설물유지관리협회 황현 회장이 업종을 폐지하는 법안의 부당성을 설명하고 있다. (협회 제공)

[내외뉴스통신] 이원영 기자

문재인 정부에서 국토교통부가 추진해 온 건설산업 혁신방안 중 하나인 업종개편에 대해 시설물유지관리업계가 4년째 반발하고 있다.

업종개편 과정에서 29개 전문건설업종 중 시설물유지관리업종만 폐지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새로운 정부가 이제 막 출범한 지금 업계는 이전 정부가 시설물 안전을 외면하고 업종을 폐지하기로 한 정책을 철회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시설물유지관리업종은 건설산업기본법 시행령에 의거 교량, 터널, 고가차도, 건축물 등 시설물의 기능을 보전하기 위하여 일상적으로 점검·정비하고, 개량·보수·보강하는 공사를 전문으로 시공하는 건설업종이다.

전국 7300여 시설물유지관리사업자들을 대변하는 대한시설물유지관리협회는 사업자들의 권익보호와 시설물유지관리업 육성발전을 위해 설립된 비영리단체로 시공능력평가·공시 등 국토교통부의 수탁사업과 건설업 제도개선 건의, 공사입찰 및 건설업 관련 정보제공, 회원사 기술개발지원 사업, 사회공헌사업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협회 황현 회장에게 현안을 들어봤다.

■ 시설물유지관리업종은 어떤 면허인가?

시설물유지관리업종은 지난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사고를 계기로 시설물의 안전 및 유지관리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확대되었고, 국가 차원에서 체계를 수립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시설물의 안전점검 및 유지관리를 통하여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시설물의 효용성을 증진시킴으로써 공중의 안전을 확보하며 국민복리의 향상을 도모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설물의 관리자 등에게 유지관리의 의무와 책임 등을 부여하며, 이를 전문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공신력 있는 전문기관을 육성하는 등의 내용을 담아 1995년 『시설물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되었는데 이를 근거로 시설물유지관리업종이 도입되었습니다.

이후 건설업법이 1996년 건설산업기본법으로 전부 개정되면서 1997년부터 건설산업기본법에서 전문건설업종 중 시설물유지관리업으로 편입되었고, 시설물유지관리업의 업무내용은 「시설물의 완공 이후 그 기능을 보전하고 이용자의 편의와 안전을 높이기 위하여 시설물에 대하여 일상적으로 점검·정비하고 개량·보수·보강하는 공사」라고 규정되어 있습니다.

■ 전 정부에서 국토교통부가 건설산업 혁신 로드맵을 마련해 업종개편을 추진한 데 대해 4년째 반대를 이어가고 있다. 어떤 내용인가?

이전 정부에서 국토교통부는 건설 산업 혁신이라는 목적 아래 2018년  4월 건설산업혁신위원회를 발족하고, 같은 해 6월 28일 경제장관회의에서 건설기술, 생산구조, 시장질서, 일자리 등 4대 부분 혁신을 골자로 하는 「건설 산업 혁신방안」을 발표하였습니다.

이 중 생산구조에 대하여 2018년 11월 7일 건설 산업 생산구조 혁신 로드맵이 정하여졌는데, 혁신 로드맵의 주요 내용은 △업역규제 폐지 △업종체계 개편 △등록기준 정비입니다. 

로드맵에 따르면 1997년 이후 건설업 분류체계는 종합 5종, 전문 29종으로 하여 20여 년 간 유지되어 왔는데, 업종 간 분쟁이 잦고 전문성이 떨어지는 업종 등의 문제점을 해소하고자 업종은 통합하고, 실적은 세분화하는 업종 개편을 추진하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국토교통부는 2020년 5월 12일 ‘시설물유지관리업고도화방안’을 포함한 시설업 개편안과 전문건설업 대업종화를 포함한 건설혁신 세부시행 방안을 마련한 다음, 2020년 9월 16일 입법예고를 거쳐 2020년 12월 29일 시설물유지관리업을 폐지하는 내용을 담은 건설산업기본법 시행령을 개정, 공포하였습니다.  

시설물유지관리업계 종사자들이 정부의 법 개정에 항의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협회 제공)
시설물유지관리업계 종사자들이 정부의 법 개정에 항의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협회 제공)

■ 혁신 로드맵에 따라 추진되어 온 업종개편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국토부의 혁신 로드맵을 통한 업종개편에는 3가지의 문제점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국토부의 혁신 로드맵은 결과적으로 시설물유지관리업종만을 폐지하는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는데, 이는 시설물 유지보수의 중요성 및 안전성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로  국토교통부는 갑작스럽게 시설물유지관리업종 폐지를 결정함으로써, 시설물유지관리업종의 전문성 및 유지보수의 필요성 등에 대하여 충분한 논의를 진행하지 않아 지속적으로 문제제기가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세 번째로 로드맵은 생산구조 혁신을 강조하나, 실질은 시설물유지관리업종만 폐지하였고 전문성이 떨어지는 업종, 업무내용이 유사한 업종, 업무범위가 지나치게 넓은 업종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아 건설 산업 혁신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도 쉽지 않아 전면 수정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 국민권익위원회에서도 시설물유지관리업종 폐지가 부당하다고 했는데 어떤 내용인가?

그렇습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시설물유지관리사업자 등 2만 4536명이 지난 2020년 7월 제출한 시설물유지관리업 폐지 이의에 대한 고충민원 건에 대해 약11개월 동안의 조사를 거쳐 2021년 6월 “건설산업기본법 시행령 별표1 제2호 거목의 시설물유지관리업 유효기간을 2029년 12월 31일까지 유예하여 세부시행 방안을 신청인과 충분히 논의하고, 업종폐지에 따른 영향력을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하여 시설물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적 미비점을 보완·수정할 수 있도록 조치할 것을 의견표명한다”고 의결하였습니다. 

권익위는 우선 국토교통부의 시설물유지관리업종 일방적 폐지 결정은 직접 이해당사자와 제대로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등 정책 결정 과정상 하자가 있고, 특히 충분한 준비 기간 없이 강제 업종 전환토록 하는 것은 국가가 사업자에게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따라서 업종폐지 및 전환을 2029년으로 유예하고 이 기간 동안 업종을 폐지하는 것이 공익적 차원에서 필요한 것인지 이해 당사자들과 논의할 것을 권고한 것입니다.

■ 국토교통부가 국민권익위원회의 의견을 수용하지 않고 재심의를 신청했는데 결론은 어떻게 됐나? 

국토부는 국민권익위원회 의결 이후 제대로 된 검토를 거치지도 않고 2주 만인 2021년 7월14일 재심의를 신청했습니다. 이에 대해 국민권익위원회는 2차례의 소위원회와 2차례의 전원위원회를 거쳐 2022년 2월28일 국토교통부의 재심의 신청을 기각했습니다. 

기각 사유는 국토교통부가 시설물유지관리업 폐지에 대하여 이해당사자와 충분히 협의한 후 건의사항을 대폭 반영했다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고, 시설물유지관리사업자 55%가 이미 다른 업종으로 전환하여 업종전환이 원활하게 추진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나머지 45%에 해당하는 업체들은 여전히 업종전환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또 업종을 전환한 상당수 업체는 사실상 국토교통부의 압력에 의한 선택이었다는 취지의 탄원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하려고 준비 중인 점을 고려하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점과 국토교통부의 입장을 감안하더라도 원의결 취지를 번복할 정도는 아니므로 업계 의견을 더 수렴하면서 해결책을 마련할 것을 권고한 것입니다.

■ 업종 폐지와 관련해 헌법재판소에서 위헌심판창구 소송도 진행되고 있지 않나?

맞습니다. 국토교통부의 업종폐지 정책이 국회의 입법권 및 삼권분립의 원칙(헌법 제40조), 위임입법의 한계 및 법률유보 원칙(헌법 제75조), 직업선택의 자유(헌법 제15조) 등을 침해한다는 내용의 위헌심판청구 소송이 헌법재판소에서 진행 중에 있습니다.

이 소송은 7,300여 시설물유지관리사업자 대표 4인이 2021년 3월 헌법재판소에 소송을 제기했고, 현재 15개월째 진행이 되고 있습니다.

소송 취지는 우선 업종폐지가 위헌적인 부진정행정입법부작위에 해당한다는 것입니다. 시설물안전법상 유지관리업자에 대한 유지관리 및 안전점검 대행 제도, 교육시설안전법 및 기반시설관리법상 유지관리업자의 위탁, 대행제도 집행이 불가능하고, 결국 법률의 집행에 필수불가결한 행정입법을 개정하지 않아 행정권에 의한 입법권의 침해 결과를 초래하는 것으로 위헌적인 행정입법부작위에 해당한다는 것입니다.

다음으로 건설산업기본법의 위임입법의 한계를 벗어난 위헌·위법이라는 것입니다. 업종을 폐지를 위해 하위법령인 “시행령”을 우선 개정하고, 사후적으로 시설물안전법 등 상위법령인 “법률”을 개정하는 정부입법을 추진하는 것은 권력분립의 원칙 및 법률우위의 원칙 및 법치주의의 원칙을 위반했다는 것입니다.  

다음으로 직업의 자유와 행복추구권을 침해와 국민의 생명권, 신체의 안전, 재산권에 대한 보호를 위하여 제정된 시설물의 안전 및 유지관리에 관한 특별법의 취지를 위반했다는 것입니다.

■ 행정소송도 진행되고 있지 않나?

이 소송은 국토교통부의 『시설물유지관리업 업종전환 세부기준』 고시로 2024년 1월 1일자 강제 면허등록말소 위기에 처한 시설물유지관리사업자들이 집단소송을 제기하여 서울행정법원에서 소송이 진행 중인 사건입니다.

이들 사업자들은 위임규정인 개정 건설산업기본법 시행령 부칙은 시설물유지관리업이 2023년 12월 31일까지만 업종으로 인정되므로 그때까지 다른 업종으로 전환하여 등록할 것을 요구하고 있을 뿐 2024년 1월 유지관리업자의 등록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지 아니함에도 불구하고 그 위임을 받아 제정된 고시는 위임범위를 벗어나 등록말소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실제 등록말소가 될 경우 대상 사업자들의 피해는 막심합니다. 사업자들은 업종전환의 기회를 부여받지 못할 뿐만 아니라 실적조차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폐업 또는 다른 업종으로 새로 등록해야 하는 피해가 발생하고, 면허 등록 시 등록관청으로부터 업종말소와 관련한 내용을 통지 받지 못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후 고시를 통해 업종을 말소한다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입니다.

■ 시설물유지관리업을 특수업종으로 전환하는 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지 않나?

국민의 힘 소속 의원 16인이 시설물유지관리업을 특수업종으로 하는 내용을 담은 시설물안전법 개정안을 2020년 12월 9일자 입법발의하여 현재 국회에 계류 중입니다.

이 법안의 개정이유는 최근의 시설물 유지관리 입법정책은 「시설물안전법」을 기반으로 시설물을 세분화하여 ‘기반시설’, ‘건축물’, ‘교육시설’, ‘소방시설’ 등에 대한 전문적·전주기 관리를 위한 법제로서 「지속가능한 기반시설 관리 기본법」, 「교육시설 등의 안전 및 유지관리 등에 관한 법률」 등이 입법되어 2020년부터 시행되고 있으나, 정작 이들 개별법의 기반이 되는 「시설물안전법」의 재정비와 시설물유지관리 제도 자체의 개선은 입법화되지 아니하여 전체적으로 불균형과 체계적 혼란을 초래하고 있어 이러한 여건 변화에 대하여 시설물유지관리업을 「시설물안전법」에 의하여 등록·관리·감독되는 특수한 건설업종으로 재정립하고, 관련 전문인력의 확보와 기술 개발 및 관리 감독 체계를 정비하여, 전문적이고 지속적인 시설물 유지관리 제도를 확립함으로써 시설물의 안전을 확보한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유지관리업자’의 정의를 명확히하고, 시설물유지관리업을 이 법에 의한 건설업으로 등록토록하며 안전관리부문과 유지관리부문을 명확히 구분하여 등록 취소 등의 처분 및 청문 등에 관하여 각각 규정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 새 정부에 바라는 부분은 무엇인가?

이전 정부에서 안전을 외면하고 일방적으로 결정한 시설물유지관리업 폐지 정책은 철회되어야 합니다. 국민권익위원회에서도 국토교통부 정책의 부당성을 인정하고 두 차례에 거쳐 시설물유지관리업 유효기간을 2029년 12월  31일까지 유예하여 세부 시행방안을 시설물유지관리업자들과 충분히 논의하고, 업종 폐지에 따른 영향력을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하여 시설물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적 미비점을 보완·수정할 수 있도록 조치할 것을 의견표명 한다는 의결을 확정하고 이를 권고한 만큼 공정과 상식을 표방한 현 정부가 이를 바로 잡아주실 것을 요청합니다.

특히 시설물 유지보수의 중요성 및 안전성 등을 간과하고, 특정 한 개 업종만을 일방적으로 폐지하는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는 위 혁신 로드맵을 원점에서 재검토하여 주실 것을 요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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