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충웅 언론학 박사
최충웅 언론학 박사

[내외뉴스통신] 최충웅 언론학 박사

이번 지방선거를 치른 후 '교육감 선거, 이대로 좋은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기호도 없이 무관심 속 치러지는 '깜깜이' 교육감 선거는 그 결과 기호가 표시된 시·도지사의 2.6배에 달하는 무효표가 나왔다. 이번 교육감 선거에서 무효표와 기권이 전체 선거인의 51%나 됐다. 투표소까지 간 사람마저도 절반 넘게 '깜깜이' 교육감 투표를 포기했다는 의미다. 아예 투표를 안 한 사람까지 생각하면 교육감 선거는 큰 과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대한민국의 교육감 선거는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교육감 선출을 위한 선거다. 1992년까지는 대통령이 임명하였으나, 1992년 교육위원이 선출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1997년 학교운영위원과 교원단체에서 그리고 2000년 학교운영위원이 선출 하는 방식이었다. 2006년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의 개정 이후 주민 직선으로 치르게 된 것이다. 2010년부터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진다.

직선제의 폐해가 부각되자 교육감 선거제도 자체를 없애자는 의견마저 나오고 있다. 이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고 여·야의 견해와 관점이 다르며, 대안적 제도 또한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그러나 전국 학생 600만 명의 미래가 교육감들 손에 달려 있고, 60만 명 교원 인사권에 65조 원 예산까지 좌우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교육감 선거, 이대로 좋은가’ 의문을 낳게 된다. 

많은 유권자들이 시장·도지사 선거와 달리 교육감 선거는 누구를 선택해야 할지 난감하다는 것이다. 소속 정당 표시도 번호도 없으며 공약에 어떤 차별성이 있는지 분간하기 어렵다는 호소가 많다. 교육감 선거에서 매번 100만 명 가까운 무효표가 나오는 것도 그 배경과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2010년부터 네 차례 교육감 선거를 치렀지만, 이런 혼란은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되풀이 되고 있다. 

교육감에 소속 정당을 표기하지 못하는 건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요구한 근거다.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를 위해 교육감 선거는 정당 공천이나, 특정 정당의 선거 관여 행위가 금지돼 있다. 정당이 개입하지 않으니 정치적 중립성이 확보됐다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정치판이 됐다. 후보들 사이에 정책 경쟁은 사라지고 진영 간 대립, 진영 내 단일화 다툼만 커지고 있다. 교육감 선거가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표방하면서도 철저히 정치적 선거라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교육감을 주민 선거로 선출한다는 것은 본질적으로 정치적인 행위에서 벗어날 수 없고, 선거를 통해 선택받아야 하는 교육감은 '정치인'일 수밖에 없다. 정치적 성향의 노출은 불가피하고, 정당과의 연계는 공공연히 이루어진다. 보수와 진보 진영 싸움에 교육자에 대한 신뢰, 교육 정책의 일관성이 흔들리게 된다. 직접 교육감을 뽑아야 민주주의의 꽃을 피운다는 허울좋은 허상을 내 세우고 있는 것이다. 

교육감 선거는 갈수록 일반 유권자에게는 멀어지고 있다. 지방선거와 달리 교육감 선거는 교직원이나 초·중·고생 학부모가 아닌 경우, 자녀가 고등학교만 졸업하게 되면 관심 밖으로 아무런 영향이 없다는 것이다. 교육감 선거의 특이한 점은 시민이면 누구나 자신의 생활과 직결되지 않을 경우 이해 당사자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것이다. 

그러나 교육감이 소수의 이해 당사자에게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각 학교의 진단평가와 특목고 평가, 각 급 학교의 예산이나 인력 지원 등은 모두 교육감에게 달려 있다.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교육감은 의사결정기관이 아닌 '시·도의 교육·학예에 관한 사무의 집행기관'이다. 의결권은 시·도의회가 갖고 '의결이 법령에 위반되거나 공익을 현저히 저해한다고 판단될 때'에 교육감이 의결 사항에 대해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 

시·도교육위원회가 지방의회로 통합돼 전문성이 떨어지고, 지방의회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범위 역시 제한적이어서 교육감들은 막강한 제왕적 권한을 행사해 왔다. 교육감들이 선심성 예산을 수립해도, 교육예산은 별도 배부되다 보니 다른 예산과 달리 시·도의회가 철저히 심의하기 어려웠다. 시·도지사보다 인사권이 막강해 견제 집단이 생겨나기도 어려웠다. 현행법이 정한 집행기관인 교육감과 의결기관인 시·도의회의 권한과 책임 범위를 명확히 하고, 교육부와의 관계도 정립할 필요가 있다는 배경이다.

이번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 17개 광역시도 교육감 선거에서 진보 9명, 보수 8명이 당선돼 기존 '진보 교육 전성시대'가 사실상 막을 내리면서 교육 정책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보수 성향 교육감 당선인들은 그동안 진보 교육감들의 학업 성취도 평가 폐지, 혁신학교 확대 등으로 교사의 상담 지도가 필요한 학생들을 방치해 학력을 떨어뜨렸다는 비판을 하고 있다. 이들은 학업 성취도 진단 평가 강화 등을 통해 기초 학력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진보 성향 교육감 당선인들도 일제고사식의 학업 성취도 평가는 반대하더라도 학력 강화 정책을 펴겠다고 했다.

학생의 자유와 인권 보호를 빌미로 교사의 교권이 땅에 떨어진 것이 가장 심각한 문제다. 그동안 학교장 권한을 무력화하는 학교 운영과, 공개 모집을 통해 교장을 선발하는 교장공모제 확대 등으로 학교의 위계질서가 무너지고, 무리한 교원평가제와 학생 인권 조례 제정 등으로 교권이 실추되었다. 교사의 무너진 교권을 회복하고 서로 믿고 존중하는 학교 문화를 복원하는 것이 기초 학력 증진의 지름길이다

그동안 네 차례 교육감 직선제에서 얻은 교훈이 있다면 이젠 선거 정치 논리에서 벗어나 미래 교육을 위해 헌신할 수 있는 인사를 교육감으로 뽑아야 한다는데 많은 시민들이 공감하고 있다는 점이다. 새 정부도 '4차 산업혁명'에 걸맞은 교육제도의 혁신을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교육감 직선제를 개선하겠다고 공약했다.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은 헌법이 보장하는 교육의 가치다. 이를 바탕으로 조속한 개선방안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최충웅 약력]
경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경남대 석좌교수
YTN 매체비평 출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연예오락방송 특별 위원장
방송위원회(보도교양/연예오락)심의 위원장
언론중재위원회 위원
KBS 예능국장·TV제작국장·총국장·정책실장·편성실장
중앙일보·동양방송(TBC) TV제작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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