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충웅 언론학 박사
최충웅 언론학 박사

[내외뉴스통신] 최충웅 언론학 박사

두 달 가까이 놀던 국회가 22일 후반기 원(院) 구성에 여·야가 합의했다. 전반기 국회 임기가 끝나고 공백 상태가 된 지 53일 만이다. 의원들 급여일(20일)에 한 달 치 세비 1,285만원을 받았다. 21대 국회가 문을 연 지난 5월 30일부터 52일 동안 단 하루만 일하고 받은 세비는 2200만원 상당이다. 그 하루도 민주당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듣기 위해 본회의에 한 번 참석하고 이 많은 혈세를 챙긴 것이다. 물가고 생활고에 허덕이며 세금 내는 국민은 피눈물이 난다.

국회가 멈춘 2개월 동안 의원들은 너도 나도 해외 출장가기 바빴다. 해외 시찰 명목의 해외여행도 국민의 세금으로 간다. 그런데 앞 다투어 해외 출장 신청이 잇따른다고 했다. 친선 교류 등의 명분인데 북미와 유럽, 동남아에 몰려 있어 외유성이란 비난이 나올 만하다. 경제 위기에 국민 고통이 가중되는 상황에 국민들의 시선이 결코 고울 리가 없다. 그러니 '무노동 무임금'을 적용하라는 여론이 뜨겁다. 여·야는 2008년 18대 총선 이후 선거 때마다 '무노동 무임금' 공약을 단골로 내놨으나 빛 좋은 개살구로 매번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올해 국회의원 공식 연봉은 1억5,426만원이다. 이 액수는 한국 직업별 평균소득 최상위권이다. 이와 별도로 업무추진비, 차량 유지비, 사무실 소모품비 등 각종 명목으로 각 의원에게 책정된 1인당 지원금 액수가 1억153만원이다. 의원실 마다 8명씩의 보좌진 인건비로 5억원 안팎이 소요된다. 모두 합치면 의원실 하나를 운영하기 위해 국민 세금 7억5000여만 원이 투입된다. 

국회의원들 세비는 하루 42만원 정도다. 국회회기 중 출석하지 않아도, 4년간 단 한건의 볍률안을 발의하지 않아도 세비는 꼬박꼬박 들어온다. 공무원 연봉이 평균 3.5% 오를 때 국회의원 세비는 14%나 올렸다. 특수활동비를 삭감한다면서 업무추진비를 올리는 식으로 국민의 눈을 속이는 경우도 허다하다. 자기 월급을 자기들 마음대로 올릴 수 있기 때문에 연말이면 언제나 여·야가 한통속이 돼 슬쩍 세비 인상안을 통과시킨다.

한국 의원들의 국민소득 대비 연봉은 3.36배로 미국(2.48배), 일본(2.11배), 영국(2.23배), 프랑스(2.10배) 등 선진국 의원보다 훨씬 높다. 미국 의원들은 13년째 보수를 동결했고, 일본 의회는 코로나 고통을 분담한다는 취지로 지난 2년간 세비 20%를 자진 삭감했다. 우리 의원들은 총선 때마다 세비 삭감을 공약으로 내걸지만, 실제로는 2018년부터 올해까지 5년 연속 세비를 올리기만 했다.  

프랑스와 벨기에, 포르투갈, 폴란드, 스웨덴 등 유럽 주요 국가들은 ‘무노동·무임금’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한 회기 동안 공개투표에 3분의 1이상 불출석하면 수당의 3분의 1을, 절반 이상 불출석하면 3분의 2를 감액해 지급한다. 벨기에는 국회의원이 상습적으로 불출석할 경우 월급의 40%까지 감액하고 본회의 투표 불참시에는 벌금을 부과한다. 스웨덴도 회기 중 결석하면 그만큼 세비를 삭감한다. 또 프랑스와 포르투갈은 상임위원회에 결석하는 의원은 상임위원 자격을 박탈한다.

프랑스는 회기 중 허가없이 2달 동안 본회의에 출석하지 않으면 의원직에서 제명되고, 포르투갈은 본회의 4번 불출석 시 제명하고 있다. 인도와 터키, 호주, 스리랑카, 마케도니아에서도 일정 기간 결석하는 의원을 제명한다. 영국은 국민소환제를 도입하고 있다. 국민소환제는 문제가 있는 국회의원에 대해 임기 만료 전 국민투표를 통해 직접 해임하는 제도다. 영국에서는 2015년 도입한 이래 두 차례 시행됐다. 

스웨덴은 세비를 주급 형태로 받고, 회기 중 결근하면 그만큼 세비를 받지 못한다. 몸이 아파병원에 입원해도 마찬가지다. 차량 지원도 없고 차량유지비 지원도 없다. 출근 시 대부분 자전거를 이용한다. 개인 비서나 보좌관도 없다. 하지만 그들은 국회의원 임무를 위해 며칠씩 밤을 새면서 일하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처럼 면책특권이나 불체포특권도 없다. 이러니 나라가 잘 살 수밖에 없다. 

경제위기 불안감이 커지는 상황에서 국회 공전 두 달째 접어들자 세비 반납하라는 따가운 여론이 쇄도하고 있다. '무노동·무임금' 원칙을 적용해 세비를 반납하라는 주장이다. 시민단체 활빈단은 지난 20일 국회 공전·공백 상태 장기화를 맹비난하면서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3고 시대 에 민생경제가 비상인데도 의정 입법 활동 팽개치고 해외방문에만 중독된 의원들에겐 세비 반납 국민운동을 벌이겠다"고 압박했다.

정치권 내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올해 3월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한 국민의힘 조은희 의원(61·서울 서초구갑)은 21일 국회 장기 파행으로 민생 입법이 지연되는 것에 대해 "민생이 위기인데 국민께 죄송한 마음으로 세비를 반납하겠다"고 했다. 이에 앞서 민주당에서도 이원욱 의원은 국회 공백이 장기화되자 지난 6월 17일 "원 구성도 못한 유령국회, 무노동·무임금 선언하고 세비를 반납하자"고 발언하는 등 여야에서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분위기는 잠잠한 상태다.  

국회 장기파행은 의회민주주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다. 국회파행을 막을 수 있는 방법으로 '무노동 무임금' 원칙 적용과 '국민소환제'를 도입 하자는 여론을 새겨들어야 한다. 의사 파행을 막고 일하는 국회를 만들기 위해 세계 각국은 일찍부터 세비 삭감, 상임위원 자격 박탈, 심지어 의원직 박탈 같은 제도적 중징계까지 많은 제도들을 도입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국회의원 국민소환법'을 발의 한바도 있다.

현재 국회에는 민생관련 현안이 산적해 있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만 1만1000건 이상이고 여기에 시급한 민생 법안이 다수 포함돼 있다. 국회의원 본연의 임무는 국민을 대신해 법안을 심의 제정하고 정부 정책을 견제하며 보다 국민의 삶과 질을 높이는데 있다. 이런 기본적인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급여 일부라도 반납하는 게 상식이고 합리적이다. 양심에 맡겨도 될 터인가.

 

[최충웅 약력]
경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경남대 석좌교수
YTN 매체비평 출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연예오락방송 특별 위원장
방송위원회(보도교양/연예오락)심의 위원장
언론중재위원회 위원
KBS 예능국장·TV제작국장·총국장·정책실장·편성실장
중앙일보·동양방송(TBC) TV제작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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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oongwc@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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