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묵 칼럼니스트
김홍묵 칼럼니스트

[내외뉴스통신] 김홍묵 칼럼니스트

오래 전 산과 약수로 유명한 경상북도 동쪽 관광지를 가족과 함께 찾은 적이 있습니다. 거기 가면 닭백숙이 필수이니 꼭 맛보고 오라는 친구들의 권고도 있어 닭 두 마리 백숙을 주문했습니다. 시간이 좀 걸린다는 종업원의 말대로 한참을 기다리던 중 화장실을 찾아 나섰다가 잘못 주방 문을 열었습니다.

순간 경악할 광경을 목격했습니다. 주방 아주머니가 펄펄 끓는 알루미늄 들통에 2리터 들이 퐁퐁(세척제)을 붓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아주머니 그게 뭡니까? 백숙에 세제를 왜 넣어요?”

사색이 된 아주머니는 어쩔 줄을 몰라 더듬거리며 용서를 빌었습니다.

“손님들이 백숙 국물에 기름이 뜨는 걸 싫어해요. 세제를 섞으면 기름이 없어져요. 우리 집만 그러는 게 아니고 다른 백숙집도 다 그래요.”

집주인이 우리가 주문한 백숙 값은 안 받겠다며 제발 소문만 내지 말아 달라고 싹싹 빌었습니다. “앞으로 절대 그런 일은 하지 말라”고 경고하고 기름이 동동 뜨는 백숙을 먹고 나왔습니다. 음식값도 치르고.

30년이 넘은 세월이 지났건만 ‘퐁퐁 백숙’의 기억이 되살아난 건 최근 윤석열 정부의 기시감(旣視感) 넘치는 발언과 설익은 정책들 때문입니다.

-“과거에는 민변 출신으로 도배하지 않았냐”(검찰 출신 기용 비판에)

-“문재인 정부 때도 그랬다”(청문보고 없이 장관 임용 강행 비판에)

비난과 공격을 퍼붓는 야당도 피장파장이지만, 대응하는 대통령의 답변도 세련된 구석을 찾기 힘듭니다. 남들이 그랬으니 나도 그런다는 식의 발언은 국민의 뜻을 좇거나 소신있는 권력자의 표현으로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당에서 내부 총질이나 하던 사람이 없어지니···”

윤 대통령이 권성동 여당 원내대표 겸 당대표대행에게 보낸 이 메시지는 앞의 발언보다 훨씬 치졸하게 느껴집니다. 스스로도 내부 총질을 하여 이준석 전 당대표를 발끈하게 하고, 권성동 대표대행이 20여일 만에 직을 내려놓겠다고 만든 처사는 아마추어 정도를 넘어 정맹(政盲)에 가깝습니다. 자신의 철학과 소신을 바탕으로 추진 달성하고자 하는 정책을 조리있게 펼쳐, 내 편은 물론 네 편도 수긍할 내용을 담아야 하는 것 아닐까요.

권 원내대표가 던진 일련의 발언은 더 한심하고 졸렬합니다.

-“높은 자리도 아니고 행정요원 9급으로 들어갔는데 뭘 그걸 가지고···.”

-“최저임금 받고 서울에서 어떻게 사나, 강릉 촌놈이.”

-“KBS MBC, 언론노조가 좌지우지하는 방송 아닙니까? 까놓고 말해서”

좀 덜 떨어진 사람, 어중이떠중이의 잡다한 해명과 흡사하지 않습니까?

일응 바른 말이라도 그 직책에서 해도 될 말인지, 앞뒤 논리는 맞는지 가리지 못하면 ‘퐁퐁 백숙’집의 궁색한 변명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만 5세 입학’ 학제 변경을 꺼냈다가 강한 반발에 부딪혀 슬그머니 꼬리를 내린 박순애 교육부 장관의 처사는 떫은 감을 씹는 맛입니다. 귀가 닳도록 들어온 ‘백년대계’인 교육제도인데 취임 한 달 남짓한 장관이 덜컥 발표했지만 방과 후의 자녀 돌보기, 교사 수급 방안 등 구체적 대안이 모자라서입니다. 차관도 “너무 나간 일”이라고 엇박자를 놓았습니다.

“신발 뒷굼치가 닳도록 일하라”는 윤 대통령의 주문은 그처럼 졸속으로 음주운전 아닌 ‘음주 창안’을 내놓으라는 취지는 아니었을텐데···.

<슬픈 중국>의 저자 송재윤 교수(캐나다 맥마스터 대학)는 독재권력을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노회한 권력자는 순진한 젊은 세력을 이용해서 권력의 영속을 꾀한다. 맹목적 추종 세력과 열광적 지지층을 규합해 권력 기반을 다진다. 전체주의 독재자들은 교육기관을 독점하고, 매스컴을 장악하고, 문화예술계를 점령한다. 청소년의 뇌수에 획일적인 이념을 주입해야만 그들을 좀비처럼, 병정처럼, 포로처럼 사로잡고 부릴 수가 있기 때문”이라고.

윤석열 정부는 그런 아류의 권력구조를 탈피하고 상식이 통하는 공정한 니라를 만들겠다고 국민 앞에 수십 번 맹세한 정권입니다. 그런 나라는 법과 원칙에 따라 국민이 안심하고 생업에 매진할 수 있는 정치 풍토, 사회 분위기가 지켜지는 나라가 아닐까요?

국정과 외교, 국방에는 ‘휴가’가 있을 수 없습니다.

[김홍묵 촌철]
경북고-서울대 사회학과 졸업
前한국일보-동아일보 기자
前대구방송 서울지사장
現자유칼럼그룹 공동대표
現내외뉴스통신 객원칼럼니스트

※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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