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광 국가안보통일연구원 연구위원
장석광 국가안보통일연구원 연구위원

[내외뉴스통신] 장석광 국가안보통일연구원 연구위원 범죄학 박사

탈북자 출신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일각에선 북한방송을 개방하면 국민들이 북한 당국과 김정은의 선전 선동에 넘어가고 국가안보 위협을 우려하지만 우리 국민들의 의식 수준은 매우 높다. 더 이상 공산주의의 선전 선동에 쉽게 넘어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북한 방송통신의 선제적 개방 문제를 한번 논의해 보려는 것은 이러한 정책 변경을 통해서 북한 체제를 크게 흔들어 보기 위해서”라고도 했다.

‘모래알로 쌀을 만드시며, 솔방울로 작탄을 만드시고, 가랑잎 한 장으로 강을 건너신다’, ‘장군님이 어느 소학교에 들러 세계지도에 조선과 일본이 모두 빨간색으로 표시된 것을 보고 먹으로 일본 땅을 새까맣게 칠했더니 갑자기 일본 전역이 암흑천지가 되면서 폭우가 쏟아졌다.’ ‘3살 때 총을 쏘았고, 9살 때는 3초 내에 10발의 총탄을 쏘아 목표를 다 명중시키며 100% 통구멍을 냈다. 3살 때부터 운전을 시작해 8살도 되기 전엔 굽이와 경사지가 많은 비포장도로를 몰고 질주했다. 초고속 보트를 시속 200㎞로 몰아 외국 보트회사 시험운전사를 두 번이나 이겼다.’ 김일성 일가에 대한 황당무계한 우상화다.

의식 수준의 높고 낮음을 따질 문제가 아니다. 초등학생이 들어도 웃을 얘기다. 김일성에 대해서는 일제 강점기 무장 항일투쟁을 한 인물에 대한 전근대적 영웅설화 정도로 봐 주는 이도 있지만, 김정일이나 김정은의 신성(神性)을 북한의 선전 그대로 믿는 사람은 적어도 남한에는 없다. 김일성 일가 우상화를 흔들 전략으로 북한 방송을 선제적으로 개방할 필요는 없다는  말이다.

남한이 선제적으로 북한방송의 개방을 시도할 때 북한은 그럼 그냥 손 놓고 있을까? 북한은 남북 분단 이후 80년 가까운 세월 동안 남조선 해방이라는 대남전략을 단 한 차례도 포기한 적이 없다. 북한은 삼대 세습을 거치면서 대남전략을 오히려 더 공고히 해왔다. 남한이 북한방송을 개방하면, 북한은 개방되는 방송을 당연히 대남공작의 장으로 활용할 것이다. 그동안 공작차원에서 제한된 세력들에게 비공개적으로 보내던 선전‧선동 지령을 이제 남한의 모든 국민들을 대상으로 자연스럽게 공개적으로 선전하고 선동할 것이다. 근본적으로 해결이 불가능한 자본주의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치밀한 논리로 설득력 있게 제기할 것이다. 99% 진실에 1% 강력한 허위사실이 결합된 유언비어를 조작해서 남한의 국론을 분열시킬 것이다.

멀리 갈 것도 없이 태영호 의원의 사례를 들어보자. 북한은 그동안 태 의원에 대해 “우리 공화국에서 국가자금 횡령죄, 미성년 강간죄와 같은 온갖 더러운 범죄를 다 저지르고 법의 준엄한 심판을 피해 도망친 천하의 속물, 도저히 인간 부류에 넣을 수 없는 쓰레기”라며 험담을 퍼부었다. 당연히 아무런 근거 없는 북한의 일방적 주장일 뿐이다. 그러나 북한 방송이 개방되고,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태 의원에 대한 온갖 거짓 선동들이 어떤 여과도 없이 남한의 안방에 고스란히 방송되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해명할 시간적 여유도, 정정 보도를 요청할 방법도 없다. 상대 후보는 북한 방송을 유세에 그대로 활용한다. 태 의원은 이때도 “우리 국민들의 의식 수준은 매우 높다. 더 이상 공산주의의 선전 선동에 쉽게 넘어가지 않는다.”며 북한 방송에 태연자약할 수 있겠는가? 북한방송의 선제적 개방은 태 의원의 희망대로 남한이 북한 체제를 크게 흔드는 기회가 되면 다행이지만, 필자가 보기엔 오히려 남한체제가 북한에게 먼저 흔들릴 개연성이 훨씬 더 크다. 북한방송 선제적 개방! 담대한 구상이지만 득보다 실이 크다.

[장석광]
- 국가안보통일연구원 연구위원 범죄학 박사
- 연세대학교 국가관리연구원 연구원
-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 21세기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
- 안보통일연구회 연구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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